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우리 민족에게 ‘광야’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오래 전 이육사의 시도, 김광석의 노래도 그들은 광야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 대해 노래했다. 그리고 이 소설 『광야에서』역시 광활한 광야를 무대로 지난 일제식민통치 시절 우리 민초들의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시대에 실재했던 역사적 인물들을 98년 현재의 시점에서 시작해 70여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20년대부터 40년대 사이를 주 배경으로 소설 속에 용해해 한 시대 속으로 끌어들이며, 그들이 가진 능력과 신념을 최대화시킨다. 항일테러 단체를 이끈 허균을 비롯해 독립운동의 자금원 역할을 한 장보고, 조선 민중의 마음을 예술로 모은 화가 장승업 등의 역사적 인물들은 비록 시대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조선의 발전’을 목표로 평생을 걸쳐 노력했기 때문에 한 시대속으로 옮겨 놓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시대의 제약과 한계를 넘어 과거 영웅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들의 가치를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해 본 노력이었다.

이들은 ‘방초의 푸르름은 봄을 재촉하고 농부의 땀은 가을 추수를 앞당긴다’는 뜻의 ‘초부회’라는 단체를 조직해 일본의 청년단체인 백화회와 대결, 요인 암살과 만주·도쿄의 주식 시장을 뒤흔드는 등의 사건을 펼친다. ‘다살이’와 ‘   세상’으로 표현되는 참된 인간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잡초같은 범부들이 모여 마침내는 대일본제국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엄청난 야욕을 무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보여준다. 역사의 원동력과 사회의 추진력은 상층부의 통제와 조정력에 있지 않으며, 기층 민중의 헌신과 자기 희생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말이다.

이 책은 지난 98년 출간시 역사학자와 방송작가가 손을 잡고 내놓은 장편소설이라 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소설의 뼈대를 역사학자들이 만들고 방송작가 윤영수씨가 살을 붙여 마무리해,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면밀한 고증을 거쳐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읽히기 위해 ‘공장에서 생산된 소설’이라는 평을 들은 것이다. 실제로 만주 독립군 참의부의 사이토 총독 암살미수사건이라든가 장쭤린 폭사사건 등의 구체적 사실들을 사료와 신문, 2차 대전 이후의 보고서들을 참고해 객관적 사실로써 구성해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소설 속에 잘 배치시켰다.

잘 배합된 허구와 실제의 실타래 속을 헤매며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때쯤엔 『광야에서』가 전하려는 무언가가 이평이 허균에게 검을 가르치며 했던 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 앞에 맨 몸으로 서라”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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