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메콩이라는 강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나는 라오스에서 910일간의 봉사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출국 전 참석했던 라오스에 관한 사전교육 중 메콩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메콩강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강으로,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과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거쳐 흐르며 하류 지역에 곡창지대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라오스에서 가장 큰 유역면적을 가지는 메콩강은 라오어로 메남콩이라고 불리는데 모든 강의 어머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나서 메콩강의 경관에 대해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라오스에 도착해 메콩강을 처음 봤을 때 나는 크게 실망했다. 메콩강은 그저 거대한 흙탕물이었다.

라오스에서 겪은 경험도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라오스는 명목 GDP 백 위 권 밖, 한국 GDP의 백 분의 일도 안 되는 빈곤국이다. 백 만년 뒤처진 땅,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모욕적인 이명을 가진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표정도 밝고 자주 그리고 활짝 웃곤 했다. 라오스 친구들은 십 대 중반부터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한국에서 봉사 활동을 하러 온 우리들을 뒤에 태우곤 자주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들은 우리들보다 행복해 보였다. ‘우리보다 행복한 이들에게 우리가 봉사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곳에서의 활동들이 봉사라기보다는 문화체험이나 교류같이 느껴졌었다.

며칠쯤 지나자 어두운 모습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학교 건물 외벽에 공산주의와 독재자를 찬양하는 그림이, 지폐에는 모두 같은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시장에는 군인들이 AK 소총을 들고 순찰을 돌았다. 옷을 파는 상인들은 민주주의 · 시장경제 국가에서 온 관광객에게 낫과 망치가 그려진 빨간 티셔츠를 팔았다. 라오스인 중에는 간혹 서양인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숙소에서 인솔자가 이야기하길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지령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혼혈인들이 많이 태어났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심하기 때문에 혼혈인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주었다. 프랑스의 지배 이후에는 일본이 괴뢰국을 세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라오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가까이 느껴졌다. 라오스 사람들의 웃는 눈에도 무언가 슬픔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출국하기 이틀 전, 우리는 낮에 송별회를 했다. 라오스에서는 십 대 초반부터 술을 마신다며 라오스 사람들은 우리에게 술을 권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다 어른들을 졸라 도수가 70도라던 증류주를 받아 마셨고, 다들 금방 취해 숙소로 돌아가 잠들었다. 나는 저녁 즈음에 일어나 술을 깰 겸 메콩강으로 산책을 하러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내가 알던 흙탕물, 메콩강이 없었다. 저녁노을에 메콩강은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그 가운데에서 뱃사공 한 명이 노를 젓고 있었다. 나는 넋을 놓고 얼마간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만 보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메콩강의 풍경과 라오스의 경험을 버무려 시를 써보려고 했다. 그러나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시가 잘 써지지 않았다. 8년간의 시도 끝에 완성한 것이 이 시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시가 된 것 같다.

모두가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이고 또 숨기며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그리고 역사를 형성한다. 개개인은 사회와 역사 속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 한다. 그렇다고 개인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더라도 여럿이 모여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낸다. 이를 아무리 노를 저어도 금세 아무는 물결’, 그리고 개별로는 그저 탁하기만 한 물방울들이 수없이 모이자 은빛을 발하는 풍경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옛날 라오스에 존재했던 란상 왕조에서 란상의 의미인 백만 마리 코끼리와 현재 라오스의 이명 시간이 멈춘 곳’, ‘(백 만년) 뒤처진 땅을 배치하고, 혼혈인을 중심인물로 설정하여 역사적 맥락 속에서 힘들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잘 표현하고자 했다. 부족한 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수상을 하게 되어 참 기쁘다. 평생 시를 쓰며 살고 싶다.

모자랐던 내가 상을 받게 된 것은 행소문학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광연 형, 다빈 형, 영혁 형 등 선배들 그리고 병구, 건희, 힘나라, 온유 등 후배들에게 참 많이 배웠다. 이들 덕분에 시를 더 사랑하게 되고, 시 쓰는 능력도 길러졌다. 또한, 내 시를 잘 읽어주고 높이 평가해주었던 친구 주현이와 후배 형석, 진섭, 희주, 다민이 덕분에 메콩을 응모할 용기가 생겼다. 언급하지 못한 다른 행소문학회 회원들도 모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없었으면 이 상을 타지 못 했을 것이다. 올해 알게 된 행소문학회 출신 김주대 시인께도 큰 가르침과 용기를 받았다.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부족한 시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해주신 성대문학상 심사위원분들에게도 크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항상 내 옆에서 내 모든 글을 세세히 읽어주고 힘을 북돋아주었던 여자 친구 우연이에게 가장 감사하다.

 

이동혁(글리 12)
이동혁(글리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