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충장로 블루스

 

그 여름 충장로 빠리노래방 7번방에는

청춘 둘 미러볼에 깜빡이고 있었다

마냥 설레던 첫사랑 까무러칠 듯 아리던

스물 생의 갈마 분홍빛 생채기까지

수백의 은빛 조각에 여울져 흐르고 있었다

목이 쉰 우리가 '안녕 스무살'이며 '백야'

감은 두 눈에 꽥꽥 불러대는 동안에도

왜 떠나야만하나 왜 남아야만하나

아직 어린 소년들은 알 수 없는 채

청춘거울은 묵묵히 돌아갈 뿐이었다

이건 뭐 득음의 경지구나 울다가 웃으며

낄낄대던 예비 훈련병의 자위도

그깟 계집이 뭐다냐며 지독히 벗을 챙기던

재수생의 속없는 허세도 실은

마이크를 잠그는 흐느낌이었고

우리는 남은 온기에 충장동 찬 새벽을 헤치며

무등산장 밤하늘에 올라 별빛에 눈을 끔뻑였다

껌껌한 보랏빛 우주와 베이지색 은하수가

첫사랑 그 아이 원피스 색이라며

득음한 도영이는 소리 없는 눈물 수만 개를

그만 처량하게도 쏟아냈고 나는 다시

어떤 허세의 위로도 건낼 수 없는 채

눈물 겨우 몇 방울을 떨궈냈다
 

곽은산(신방 15)
곽은산(신방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