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기자명 김해빈 기자 (dpsdps@skkuw.com)

프로게이머 은퇴 후 생활 체계화 필요
게임 진입장벽 낮춰 다양한 연령층 확보해야

 

 

한국 선수들의 2018 아시안게임 출전이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마찰이라고 생각한다. 대한체육회는 전국에 일정개수 이상의 지부를 가져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가맹단체를 선정한다. 그러나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는 다르게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스포츠 장르다. 사이버상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구장 없이 농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e스포츠는 가능하다. PC만 있다면 선수가 있는 곳이 곧 경기장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전 세계 선수들과 대전할 수도 있다. 대한체육회와의 갈등은 기존의 물리적 기반과 신체적 기량을 중심으로 한 체육활동만을 중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는 한국이 굉장한 강점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대한체육회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로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나.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춰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 사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등장한 모바일 게임 덕분에 기존의 PC게임을 즐기던 성별이나 연령층을 넘어 다양한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모바일 게임이 간편한 조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e스포츠 종목의 *FPS, *RPG 게임들은 조작이 매우 어렵고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슈팅게임의 경우 방심하면 총에 맞아 죽거나 뒤에서 공격해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다. 모바일 게임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애니팡’은 조작의 간편성과 카카오톡 친구들 사이의 순위 경쟁이란 요소를 통해 3, 40대 유저들까지 확보하면서 매출 1000억에 달하는 등 놀라운 면을 보여줬다.

e스포츠라고 하면 주로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등 PC게임을 떠올리는데, 모바일게임이 e스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크지 않다. PC게임에 비해 인터페이스와 조작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과 화면을 확대했을 때 화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e스포츠 종목으로 확산는데 걸림돌이 된다.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는 단축키를 사용하는 키보드 스킬, 마우스 클릭과 태크닉 등의 조작성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아, 이런 전략구사도 가능하구나’,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는구나’ 등의 감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은 쉬운 난이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깊이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단순함을 뛰어넘어 전달하는 가치가 있다면 스포츠로 인정되기 충분하다. 100m 달리기를 생각해보면 이보다 간단한 스포츠가 또 없다. 일렬로 세워놓고 출발해서 뛰고, 몇 초지나면 게임이 종료된다. 같은 작업이 계속 반복되고 큰 변화가 없으나 사람들은 열광한다. 숨도 못 쉴 정도의 긴장감과 10초 안에 결과가 뒤바뀌는 짜릿함,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에서 감동하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e스포츠로써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발견된다면, 모바일 플랫폼은 PC보다 훨씬 대중적이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직은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 인력 양성 및 경력관리 시스템의 미흡이 국내 e스포츠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해결이 시급하다. 프로게이머의 경우에 직업의 수명이 비교적 굉장히 짧음에도 아직까지 은퇴 이후의 명확한 생활이 보장돼있지 않다. 지금은 유튜브 스트리머라든지 게임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많지만 과거에는 그런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은퇴 이후 선수들을 어떻게 재교육할지 등 초기부터 은퇴 이후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e스포츠 종목으로써 게임의 수명도 길지 않다. 그나마 ‘스타크래프트’는 현재 15년 정도 꽤 길게 존속되고 있으나 그동안 많은 게임들이 e스포츠 종목에 있다가 사라졌다. 특정 게임종목에 특화된 선수들은 종목의 소멸과 동시에 거의 e스포츠에서 퇴출되고 선수로서의 기능을 못하게 된다. 따라서 공통적인 프로게이머 훈련과정 또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선수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보면서 관리를 하고 계획을 세우며 체계화해야 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같은 수입게임이 아닌 국산게임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가 명성을 얻게 됐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배그가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테스트되고 있어 기쁘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점이 많다. 배그는 20명가량의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전투하는 생존 서바이벌 게임이기도 하고, 다른 FPS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킬의 중요성이 약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했으나 플레이어의 스킬에 많이 의존하는 기존 e스포츠와 비교하면 게임의 깊이가 다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분야 사람들의 꾸준한 연구를 통한 성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FPS=‘First-Person Shooter1’의 약자로 플레이어가 사물을 보는 시점과 같은 화면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슈팅게임의 일종이다.

RPG=‘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게임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 수행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