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채홍 (dlcoghd231@gmail.com)

기술과 결합해 도약한 배달 서비스
배달원에 대한 처우 개선 필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긴 휴전이 끝나는 역사적인 날에 종전만큼이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용어가 있었다. 바로 ‘평양냉면’과 ‘배민’이다. 통일이 되면 평양냉면도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할 사업이 배달 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달서비스는 우리나라에 등장한 독특한 문화로 대표되고 있다. 한국 배달문화만의 특징과 발전 방향을 알아본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빠른 변화 속 발전한 문화
우리나라는 음식이면 음식, 물건이면 물건, 배달이 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배달서비스가 발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미국이나 여타 국가보다 영토가 좁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빨리 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 전쟁 이후 좁은 영토 속에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일명 ‘빨리빨리’ 문화가 발전했다. 이에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한경석 교수는 “급격한 경제 성장이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며 “빨리 먹고 빨리 일해야 하다 보니 배달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Fast follower’적인 특징을 꼽을 수 있다. ‘Fast follower’는 말 그대로 빠르게 따라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1991년 두산에서 판매사원의 부족으로 인해 인터넷 주문인 ‘프리세일링’을 시작한 이후로 다른 경쟁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따라 했다. 이렇게 시작된 타 산업 분야의 배달사업이 요식업에까지 영향을 끼쳐 오늘날의 음식 배달문화가 형성됐다. 이러한 배달문화는 고령자,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하철 퀵서비스부터 24시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배송 대행서비스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원래 다 배달해 주는 것 아니었나요?
우리나라는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부터 면류, 식사류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배달 가능하지만 외국은 패스트푸드 외의 다른 음식들을 배달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외국에도 ‘우버이츠’, ‘아마존 프레시’ 등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업체들이 있지만, 이들은 배달대행 개념의 서비스일 뿐 배달중개업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었다. ‘배달대행’이란 그곳의 음식이나 물건을 대신 사다 주는 일명 심부름 서비스를 말하며, ‘배달 중개’는 본래 배달을 해주는 업소를 모아 대신 주문을 받아주는 주문대행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본래 많은 식당이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아 주문을 대신 해주는 배달중개업은 외국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우리나라만의 배달문화로는 야외로 배달해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집이나 회사가 아닌, 특정한 주소를 설명할 수 없는 야외의 어느 곳까지 배달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치킨 등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있다. 실제로 한강에는 배달을 받는 구역이 정해져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러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 유튜브 방송 ‘영국남자’에는 이에 대한 외국인의 생생한 반응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방송에 등장한 영국인은 “어떻게 밖에서 배달을 시키냐, (영국에서는) 집 안에서 먹거나 밖에서 외식한다”며 믿지 못하다가 야외로 배달된 피자를 보고 “정말 놀랍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구체적인 주소가 아닌 야외로 배달해주는 것 또한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과 맞잡은 손, 간편해진 생활
이러한 배달문화는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최근 창업 트렌드인 *‘O2O’와 접목돼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탄생했다.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혹은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배달해주는 형식이다. 전화가 아닌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배달하기 시작했던 것이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음식을 많이 시켜 먹는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음식에 대한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상승세를 보인다. 2000년대 초반, 맥딜리버리나 롯데리아 홈서비스 등 패스트푸드점이 O2O 방식의 서비스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이 회사들은 전화 주문뿐 아니라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배달 주문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이들을 모방하여 다른 사업체에서도 유사 서비스가 생겨났고, 이러한 서비스는 2010년경 ‘배달의 민족’, ‘배달통’ 등의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장한(영상 18) 학우는 “평소에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이용한다”며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온라인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에도 배달대행 개념의 ‘띵동’, ‘부릉’과 같은 퀵서비스 사업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들이 배달대행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들의 마케팅 전략과 함께 배달대행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 본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았다는 점은 기술과 접목돼 배달문화가 발전한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의 마케팅으로 인해 배달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증가했다는 것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기술과 접목한 배달문화의 발전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편리함, 그 이면에는
앞서 말했듯 배달문화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이다. 전화로 배달주문을 할 때 소비자는 가게에 전화를 건 개인 번호와 함께 자신의 주소를 알려줘야 한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르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치킨 배달을 시켰던 여성이 배달원에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던 사례도 있었다. 이 여성은 카톡을 차단하고 치킨집에 항의도 했지만 집 주소를 알고 있어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최근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의 *‘안심번호’, ‘바로 결제’ 등의 서비스가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20대, 30대의 젊은 층에 한정돼 있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아직 잠재되어 있는 위험으로 남아있다.

또 다른 문제로 배달원의 안전 문제가 있다. 더 빨리 배달을 하고자 하는 업체 간의 경쟁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배달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용 노동부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만 1천 568명(사망 25명, 부상 1천 543명)의 배달원이 음식 배달업무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러한 안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라도 배달비를 꼭 받아야 한다”며 “노동에 대한 적정한 대가가 지급돼야 배달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와 점주 간 견해 차이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였다. 점주들은 물가가 오르고 배달 중개비까지 더해져 남는 것이 많지 않아서 배달비 명목으로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토로하지만, 소비자들은 원래 받지 않던 돈인 만큼 내기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배달문화가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에 관해 한 교수는 배달원을 하대하는 분위기가 바뀔 필요가 있다며 “배달에 대한 적절한 노동의 대가가 지급될 때 배달문화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사람들이 좀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O2O=Online to Offline의 줄임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안심번호=주문하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전화를 받는 사업자에게 다른 번호로 바뀌어 전달되는 서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