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봄날』 1∼5권 (임철우 지음), 문학과 지성사

사람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책이나 영화 등을 보기도 한다. 전쟁영화나 소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것의 일환일 것이다. 전쟁영화를 보다보면 그 비인간성이 몸서리쳐지게 싫다가도 그것에 점점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고 하는 광경들이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9. 11 테러가 일어나면서 우리는 영화같은 현실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5. 18 광주 민주화 항쟁. 그것 역시 잔인하고도 먼 이야기인 전쟁영화 같은 것이었다. 80년대에 사회주체세력이었던 연령층에게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5. 18은 교과서에 단 몇 줄로 적혀져있는 일 정도로만 치부될 뿐이다. 그 당시 상황을 겪은 역사선생님의 흥분정도로 그것의 심각성을 들을 수 있을 뿐, 살갗으로 와닿는 분노나 슬픔은 없다.
이 책은 이런 5. 18을 하나하나 세세히 좇아가며 기록하고 있다. 형식은 비록 소설이나, 역사책보다 더 생생히 민주화항쟁에 관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항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입고 상처 입었는지, 또 그 때 느꼈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한 동기간인 무석과 명치, 명기를 통해 시민군과 군인, 학생 그들 각자의 고민, 두려움, 용기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들이 아닌 광주항쟁으로 얽혀진 모든 사람이다. 시체를 처리하던 대담한 여고생이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한 공수부대원,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임산부 등 이 모든 사람이 상처입은 광주의 일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제 3자가 아닌 광주시민의 한사람이 될 수가 있다. 책을 읽다가 울분과 억울함 때문에 순간 읽는 것을 멈출 때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들이 왜,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행하고, 당해야 했을까에 대해 한없이 서럽고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동안 또 하나의 방관자였던 자신에게 화가 날지도 모른다.
광주항쟁은 몇 줄의 지나간 역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익숙한 자와 익숙하지 않은 자, 이 두 피해자의 전쟁이었다. 마치 9. 11테러 때 건물이 무너지는 웅장한 모습을 보면서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같이, 우리는 광주를 민주화라는 이름으로만 기억할 뿐 그 안의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의 사람들은 잊지 않았다. 저자도 역시 그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 때 촛불처럼 광주시민들 마음속에 자리한 열정은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잔인한 역사를 보면서 그 안의 민중의 힘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붉은 악마에서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감동을 이 소설의 광주 사람들에게서 새롭게 느껴봤으면 한다.  

임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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