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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 짐 코벳과 쿠마온의 식인 호랑이』, 짐코벳 지음/박정숙 옮김, 뜨인돌출판사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중에는 ‘호랑이와 곶감’이야기가 있다. 호랑이가 왔다고 말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이란 말에 울음을 뚝 그치자, 호랑이는 곶감이 자기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 황당하고 우스운 동화에 등장한 호랑이는 순진하고 어눌한 모습으로 묘사됐으나, 사실 현실세계의 호랑이는 맹수의 대표로 일컬어지는 날카롭고 섬뜩한 동물이다. 얼마전 출간된 『명포수 짐 코벳과 쿠마온의 식인 호랑이』는 식인 호랑이 사냥경험을 기록한 논픽션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접점에서 절대적 공포로 군림하고 있는 호랑이의 사실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묘사해내고 있다.
이 사냥기의 저자 짐 코벳은 아홉 살이 채 되기도 전에 표범을 잡은 전설적인 명포수로서 뛰어난 직감과 사격 실력을 가진 정글 전문가였다. 그는 1907년부터 1938년 사이에 무려 436명을 죽인 참파와트의 식인 호랑이를 비롯해 인도지방의 악명 높은 여섯 마리 식인 호랑이를 사냥하는 과정을 현장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책 속에는 식인 호랑이와 마주선 인간의 무력한 모습과 인간을 먹이로 노리는 호랑이, 그를 사냥하는 포수 사이의 극도로 예민한 신경전과 교감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저자는 식인 호랑이들이 인간에게 교활히 접근하는 모습이나 호랑이에게 물려 살점은 물론 뼈까지 먹히는 인간의 모습을 냉정할 만큼 차분하게 전하고 있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숨죽이며 읽게 만든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최고의 사냥기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명포수의 호랑이 사냥 무용담을 넘어서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절대적 공포의 순간에서 호랑이의 표적이 된 동료를 놓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인간의 무력함이 드러난 대목을 읽으며 이것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그야말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해해야 할지 우리는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 참파와트의 식인 호랑이가 총알에 의해 송곳니 위아래가 모두 부러졌기 때문에 먹이를 사냥할 수 없어 식인동물로 변했다는 짐 코벳의 설명을 대하며, 우리는 인간의 무모한 파괴력이 결국 그들 종족 4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또 스스로 포수이면서 누구보다도 무분별한 호랑이 사냥에 반대하고 호랑이 보호를 위해 인도에 첫 번째 국립공원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저자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 책에서 보여진 식인 호랑이의 살상위협은 그야말로 공포이며 섬뜩했었지만 공동의 노력과 명포수의 노련함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보여지는 온갖 부도덕과 몰인정의 위협들은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지 새삼 고민해본다.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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