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일고 있는 韓流(한류, 한국 열풍)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漢字(한자) 학습열도 이러한 흐름의 하나일 것이다. 한자 어휘가 우리말 어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말을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한자라면 민족 주체성까지 거론하며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한 북유럽인의 한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한자와 오랜 인연을 맺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漢字王國(한자왕국)』의 저자 세실리아 링크비스트는 중국 현대언어학의 창시자로 불릴 만큼 중국 언어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버나드 칼그렌의 제자이다. 저자는 고대 중국인의 일상생활·자연환경 등 중국 문화의 원류를 다년간 탐구하면서 한자의 구조와 초기 형식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譯者(역자) 또한 밝혔듯이, 이 책은 한자의 字源(자원)을 통해 한자 형성 초기 중국인들의 문화양상을 파헤치고자 진지하게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즉, 고대 중국인·물과 산·야생 동물과 가축·수레와 길·농경·지붕과 가옥·책과 악기 등과 관련된 한자를 역사탐방의 형식으로 접근하였다. 또한 저자는 중국의 유명한 유적지·고분·명승고적뿐만 아니라 평범한 농촌과 궁핍하기 짝이 없었던 수년전 도회지 서민들의 생활상 등, 중국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을 필름에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마치 먼 옛날과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가의 발자취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北京猿人(북경원인)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원시 인류(Sinanthropus pekinensis)와, 한자 기원 탐구에 실마리를 준 西安 半坡(서안 반파) 신석기 유적을 발견한 지질학자 안데르손(G. Anderson), 그리고 칼그렌. 이들 모두가 스웨덴 인으로서 중국 문명과 언어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학문적 토대에서 漢字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중국의 古今(고금)을 훌륭하게 중간 집대성하였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최근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중국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유명하다는 중국의 관광 명소 중, 복원이라는 미명 하에 인공이 가미된 곳, 역사 스토리의 재구성이라지만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밀랍인형의 어색한 포즈에 실망한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한자의 고향을 알고자 한다면, 중국 山(산)의 至尊(지존) 泰山(태산), 愚公移山(우공이산) 이야기의 고향 太行山(태행산), 그리고 중국 문명의 搖籃(요람) 黃河(황하)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자. 中原(중원)의 대지와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華夏(화하)민족의 삶이 山·旦·水·川·州·谷·石·原 등의 한자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박석홍 (중어중문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