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패션피플이 많이 모인다는 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한 눈에 보인다. 다채로운 색깔의 폴라티와 남방을 레이어드하거나 청자켓, 꽃무늬 블라우스 등을 착용한 그들을 보면 20대가 그들 부모님의 사진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복고패션이 유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고문화는 패션스타일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인테리어,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복고문화란 1970~80년대의 문화를 일컫는다. 이 시대는 분명히 지금의 20대가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한 시기이다. 실제로 20대들은 복고문화를 자신들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타 세대를 위한 문화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20대가 복고문화를 즐긴다.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을 무대로 삼은 영화 <국제시장>의 관람객 중에서 40대 이상이 34.5%로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들의 뒤를 이어 근소한 차이로 20대가 33.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대가 복고를 즐기는 방법과 그들의 복고에 대한 태도는 그 윗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면 20대는 어떻게 복고를 즐길까? 우선 패션스타일을 살펴보자. 원래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이 최근에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20대에게 복고패션은 ‘옛날에도 입었던 옷’이 아니라 ‘새롭고 신선한’ 패션이다. 대표적으로 상하의를 모두 데님으로 통일하는 청청 패션, 나팔바지, 하이웨스트 하의, 화려한 플라워 패턴 원피스 등이 있다. 이런 아이템들을 잘 조합해서 입은 사람들을 보면 촌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세련되게 입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약 30~40년 전의 패션이 세련되게 느껴진다는 것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복고패션이 70~80년대의 패션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키니진과 미니스커트처럼 복고와는 거리가 먼 현대적인 유행이 복고에 접목되어 특유의 촌스러움은 줄어들고 세련됨은 증가한 새로운 복고패션이 탄생했다.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과 박성운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복고 성향은 단순히 과거의 모방이 아닌 현대의 감성과 일치하고 시대상에 어울리게 조화되어 현대 패션에서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고풍의 식당들도 20대들에게 핫플레이스다. 인천 논현에 있는 '김영태의 뷔페마을'이란 뷔페식당은 간판, 현수막, 포스터 등 다양한 소품을 이용하여 7080 시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분식, 한식, 중화요리 등의 메뉴들 또한 그 시절 특유의 맛을 내서 20대들에겐 새로운 식감을 제공한다. 이태원 경리단길에는 '미술소품'이라는 빈티지 소품샵이 있다. 이곳에서는 옛날 장난감, 피규어, 영화 잡지 포스터 등을 구입할 수 있다.

 20대가 주로 찾는 복고의 공통점은 새롭다는 것이다. 낯선 복고문화는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한 20대가 즐기기 좋은 하나의 콘텐츠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그들이 다양한 복고관련 정보를 얻는 데 일조한다. 20대들에게 식당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곳이 아니다. 그들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곳을 원한다. 특히 페이스북의 맛집 페이지에 올라오는 가게들은 주로 가성비가 좋거나 이색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걸맞다. 복고풍 가게도 그런 가게들의 일부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장이다. 특히 유행패션, 분위기 좋은 가게 등을 사진 찍어 올려 팔로워 수를 늘리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 가게를 방문하거나 복고 콘셉트로 스타일링한 사진을 찍어 올리면 많은 팔로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이처럼 활발하게 SNS를 이용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20대에게 복고란 흥미로운 테마이다.

복고란 단어 자체는 옛날로 회귀함을 뜻하지만 오히려 20대에겐 새로움을 의미한다. 획일화된 대중문화에 지친 그들에게 복고란 새롭고 흥미로운 놀이거리다. 하지만 그런 복고조차도 자본주의가 따뜻하고 감성적인 것만을 선별해서 조작한 이미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20대는 맹목적으로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추종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복고를 소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놀이’의 일종으로 소비하는 과거에 실제로 어떤 사건이 발생했었는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복고를 단순한 유흥거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윗세대와의 소통 통로로서 사용한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복고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원(경제 17)
한지원(경제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