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백아절현, 금슬지락. 백아절현은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으로 절친의 죽음을 슬퍼함을 이른다. 금슬지락은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화목함을 이른다. 고사성어에 악기가 나오면 보통 매우 소중한 사람을 상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악기는 옛날부터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한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지금부터 내가 플루트를 했던 경험을 근거로, 이 글을 읽는 어떤 이든 지금 당장 악기를 하나 이상 배울 것을 추천하려고 한다. 단, 여기에서 말하는 악기란 멜로디언, 리코더와 같이 지나치게 상투적이거나 쉬운 악기를 제외한 모든 악기를 말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주로 보는 악기, 국악에서 자주 보는 악기, 밴드 악기와 같이 말이다. 악기를 배울 것을 추천하기에 앞서 우선 나의 사례를 제시해 본다. 나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생 때 플루트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플루트를 불다 보니 연습을 하던 도중 플루트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내가 플루트를 보고 참 닮고 싶다고 느낀 플루트만의 특징이었다. 관악기들은 소리를 내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모든 금관악기는 입술의 떨림으로, 대부분의 목관 악기는 리드의 떨림으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오직 플루트만이 마우스피스에 직접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따라서 플루트는 입에서 나가는 바람이 그대로 소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입 모양, 호흡 등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불러야 하는 까다로운 악기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정직한 악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연습한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플루트에서 독창성과 솔직함이라는 특징을 발견했고 그것들은 지금 내 인생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 때 플루트를 개인적으로 연습하다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관악부가 생겼고, 나는 거기에 플루티스트로 들어갔다. 이는 내가 어느 집단에 가도 그 집단 소속 관악부에 들어가려는 계기가 되었고,따라서 나는 현재 우리 대학교 소속 관악부 일원이 됐다. 플루티스트 지원자가 너무 많아 못 들어갈 뻔했지만 들어가겠다는 집념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내가 플루티스트로서 가입한 관악부에 애착이 강한 이유는 관악부의 장점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관악부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과 함께 있게 되어 사교성이 증진되고 협동심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 다 같이 만든 화음에서 오는희열이다. 화음이 만들어지고 베이스가 깔리며 아름답게 전개되는 곡의 흐름에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엄청난 기쁨에 사로잡힌다. 이 기쁨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우울하고 힘든 경험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해준다. 나는 그 희열을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최고의 버팀목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다 마쳤을 때의 쾌감도 마찬가지로 훌륭하다. 이렇듯 플루트라는 악기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무척 많다. 그러나 나의 사례들은 추상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점이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측면이 아닌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악기가 주는 이점은 많다. 특히 악기는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와 같이
자신의 지난 행적을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 하는 요즘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고등학생 때 관악부가 없었지만, 학교 축제에 소규모 악기 팀으로 참가하여 악기연주를 했고, 그것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줄 것을 교사에게 요청했다. 이 밖에도 오케스트라, 국악단, 밴드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자기소개서에 쓰기 좋은 글감을 많이 제공해준다. 이 그룹들 안에서 울고 웃으며 쌓인 친분은 언젠가는 나의 인맥이 되기도 한다. 한편 악기가 주는 정서적인 교훈도 도움이 된다. 앞에서 내가 언급했던 경험들은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모든 이가 느끼는 정서적 위안이다. 악기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배우는 점도 다양하다. 백아절현, 금슬지락. 이 고사성어가 말해주듯 악기는 악기를 부는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이고 배우자이므로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이다. 지금까지 악기가 주는 이점을 바탕으로 악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악기는 악기를 부는 사람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합주의 기회를 주어 상당한 행복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악기는 좋은 스펙이 되기도 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주기도 한다. 어떤 악기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장점밖에 없는, 구하기도 힘든 진정한 친구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혹시 악기를 시작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면 나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지금 바로 악기를 시작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왕재형(경제 17)
왕재형(경제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