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우리에게는 ‘열린사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줬던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arl R. Popper)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유태인으로 태어나 극단의 시대이자 폭력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를 온 몸으로 체험한 포퍼. 한때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사회주의 운동에도 참여했던 그가 현재 비판적 합리주의의 대표로, 자유주의의 수호자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한 세기를 넘어온 그의 사상들은 어떤 가치가 있으며 새롭게 고쳐지고 덧붙여져야 할 논의는 없을까? 칼포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재조명해 보며 이러한 문제들의 답을 찾아보자.

칼포퍼의 학문적 생애
포퍼는 1902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태어났다. 35살에 이르러 철학교수가 된 포퍼는 인식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 1994년 작고할 때까지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 그의 철학을 점차 완성시켜나갔다.
“그의 사상은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진보한다’는 간단한 철학적 명제를 과학과 정치학에 적용하면서 학문연구의 기틀이 만들어졌다”고 서울대 이명현(철학) 교수는 말한다.
그의 학문적 생애는 논리실증주의자들과의 대결로부터 시작됐다. 귀납적 과학관에 의해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명제만을 가치 있게 보는 논리실증주의에 맞서 포퍼는 ‘반증주의’를 전개했다. 그는 처녀작 『탐구의 논리』(1935)에서 반증주의란 착상된 가설을 추측과 반박을 통해 엄격하게 테스트 절차를 거치면서 가설을 강화해 가는 방법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준으로 과학과 형이상학을 구분함은 물론, 형이상학이 가설을 착상하게 도와주므로 오히려 과학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즉 형이상학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논리실증주의와 차별화하며 논의의 가치가 있는 집합의 한계를 넓혀간 것이다.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는 ‘열린사회’
한편 포퍼는 이러한 비판적 합리주의를 적용해 열린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체주의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껴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저서를 통해 그는 자신만이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과 독선이야말로 인간을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오만이 정치적 전체주의가 되고 편협한 논리실증주의가 된다며 열린체제를 강조했다. 포퍼는 비판을 허용하고 수용하는 일이 가능한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이며 열린사회라 정의했다. 그리고 비판과 토론의 방법은 폭력이 아닌 이성을 통해 점차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진적 사회공학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세종(철학) 강사는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전투적 자세로 전체주의의 사상적 뿌리를 파헤치면서 펜으로써 대항한 인물, 자유주의의 대변자가 바로 칼포퍼”라고 말했다.

열린사회에 대한 새로운 모색
지금까지 살펴본 포퍼의 사상은 비판적 합리주의로 집약되는 철학적 탐구방법과 그것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정리될 수 있다. 자신의 방법론을 누구보다도 끈질기게 실천한 그는 철학적 삶의 후반부에는 상대주의, 비합리주의 등과 대결하며 수많은 학문적 논쟁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때 그가 보여준 것은 결코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자세였으며 현실에 바탕을 두고 철학을 하는 태도였다.
이제 칼포퍼가 지적한 닫힌 사회를 만드는 우리의 적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의 이면에는 국경간의 장벽과 인종·종교간의 차별이 존재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몫으로 남겨진 새로운 열린사회의 적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비판하는 일이 더욱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은정 기자 ejch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