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겨울이 온 기념으로 겨울 감성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본 영화감독에 대해 말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이와이 슌지’입니다. 감성 깡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듯이 그의 영화는 감성이 가득합니다. 겨울이면 그의 감성이 진득하게 묻어있는 영화 <러브레터>가 떠오릅니다.

영화는 두 여자가 세상을 떠난 한 남자를 추억하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잘못 전달된 편지 한 통이 ‘후지이 이츠키’에게 도착합니다. 편지는 ‘와타니베 히로코’라는 사람에게서 온 것입니다. ‘와타니베 히로코’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전 여자친구입니다. 그녀는 실수로 자신의 남자친구와 학창 시절 이름이 같던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학창 시절 좋아했던 여자라면 ‘와타니베 히로코’는 어른이 되어 좋아했던 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편지로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를 추억합니다.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졌던 ‘후지이 이츠키’의 이야기가 밝혀지며 아무도 몰랐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집니다.

겨울은 추위와 눈으로 뒤덮여 세상이 하얗게 조용해지는 계절입니다. 나무들의 초록빛은 잠잠해지고 시끌벅적했던 세상은 추위 속에서 잠잠해집니다. 겨울의 차가움의 이미지는 영화 <러브레터> 곳곳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나타납니다. 남자 ‘후지이 이츠키’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아버지.

겨울이 끝나면 결국 봄이 옵니다. 다시 세상은 생기를 찾고 살아가죠. 삶이란 결국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역시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여자 ‘후지이 이츠키’와 ‘와타니베 히로코’. 그들은 살아서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이야기하죠.

영화는 초반부에서부터 ‘히로코’와 ‘이츠키’가 각자 전 남자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기리는 장소에서 시작합니다. 영화가 진행되고 종반부에서 결국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가 죽은 장소로 찾아가 ‘오뎅끼 데쓰까’를 외칩니다. 그리고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남긴 일종의 비밀의 열쇠를 받습니다. ‘히로코’는 죽어버린 전 남자친구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아냅니다.

눈 속에 묻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이 녹으면서 보이듯 ‘히로코’와 ‘이츠키’는 편지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영화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차갑다는 단어보다 따뜻하다는 단어가 어울립니다.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씩 벗겨지는 비밀이 마치 겨울이 끝나면서 눈이 녹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성대 학생들의 추운 겨울을 녹여줄 영화로 ‘이와이 슌지’의 감성 터지는 영화 <러브레터>를 추천합니다. 

은형석(영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