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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루트번스타인 교수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이란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과 같이 탁월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생각의 방법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천재들의 공통적 발상법 중 하나로 현상을 ‘거꾸로’ 보는 것을 들고 있다.

우리는 흔히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한다. 폴란드의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당시 진리처럼 믿어왔던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창시하여 근대 자연과학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사실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돈다는 천동설을 거꾸로 본 것이 하늘에 있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이다.

창의성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창의성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독창성’이라는 데에는 이론(異論)이 없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무언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생각해낸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거꾸로 보면 어떨까? 체계적 발명사고(SIT,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를 제창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의 로니 호로위쯔 교수는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발명성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발명적인 해결책들이 어떤 면에서 남다르고, 독특하며, 독창적인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이 가진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말하자면 무언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인 것을 생각해내려고 씨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새롭고 독창적이라고 감탄한 것들의 공통점을 추출하여 이를 응용해 보라는 것이다.

창의적 해결책의 공통점 중 하나는 무언가 더 좋은 것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기존의 요소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곁가지가 아니라 핵심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일례로 1882년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 모터로 날개를 돌려 바람을 불어내는 선풍기를 발명한 이래 100년 이상 별 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선풍기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할 만큼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다이슨 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이다.

다른 예를 하나 보자.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식의 대표 메뉴인 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배추를 빼고 김칫국만 남기면 어떨까? 미국의 유기농식품 제조사인 골드마인이 김칫국을 상품화하였다. 이 김치주스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현재 병당 2만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창의적 발상의 공통적 패턴은 유형의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 미국의 전위 음악가였던 존 케이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4분 33초’이다.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총 길이가 4분 33초인데, 1악장이 33초, 2악장이 2분 40초, 3악장이 1분 20초이다. 존 케이지는 이 작품이 악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독주나 합주가 모두 가능한 곡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음표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연주 자체가 없다. 음표가 없는 작곡이 어떻게 있을 수 있으며, 연주가 없는 음악회가 말이나 되는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라는 존 케이지의 글에서 악기가 내는 소리만을 음악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바람소리, 빗소리, 관객들의 기침소리, 웅성거림, 삐걱거리는 의자소리 등도 모두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필자가 개설한 교양과목인 “창의적 발상”은 우리가 감탄하는 수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통해 창의적 발상의 공통적 발상법을 체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는 창의성을 거꾸로 바라보는 이 과목이 미래사회를 주도해 나갈 우리 학생들의 창의적 역량을 축적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박영택 교수
시스템경영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