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피아노를 배웠던 적이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의 시작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음표들이 빽빽이 나열된 피아노 교본인 하농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화려한 변주가 담긴 연주곡을 연습하고 싶었던 내게 반복적인 멜로디를 하나하나 정확히 연주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했다. 반복적인 연습으로 정확한 음을 짚어내는 기본기를 다지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하고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매주 기획안을 구상하고, 취재를 다니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매우 많이 닮아 있다. 지난 학기의 나를 되돌아보면 스스로도 완벽히 소화해내지 못한 문장들도 많았고, 학술부의 특성상 치밀한 정보 수집과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런 내 모습은 기본기 없이 화려한 결과만을 원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연상케 했다.

한 학기 동안 기사를 작성하고 한 줄의 바이라인이 지닌 무게감을 점차 실감하게 되면서, 이런 습관들을 고쳐나가고 있다. 많이 의지했던 동료 부서원들이 신문사를 떠나고 부서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지금, 막중한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그 책임감이 무의미한 스트레스로 끝나지 않기 위해, 이번 인구학 기사를 준비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대신, 책을 들여다보고 연필을 잡았다. 책에서 접한 내용도 교수님께 재차 질문하고, 수시로 자문을 구했다. 세 분의 교수님께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인철 교수님, 조영태 교수님 그리고 한상우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걱정이 많은 내게 취재는 정말 더디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어느새 확신할 수 있는 문장들이 완성돼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다. 형식만 갖춘 그럴듯한 가짜가 아닌, 조금 느리지만 진짜 기사를 쓰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중이다. 좁은 폭을 깊이로 상쇄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정확한 음을 짚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