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연교 기자 (joyungyo@skkuw.com)

『왜 지금 지리학인가?』 HOT BOOK 코너를 맴돌던 기자의 눈에 포착된 이 질문은, 외면하기에는 강렬했다. 하지만 이내 소비자로서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교양 도서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수만 가지 속에서 눈에 띄려면, 강렬한 제목 정도야 뭐. 과장되게 말하자면 HOT BOOK이 갖춰야 할 미덕과도 같다. 때문에 ‘미안하지만 너를 들어줄 순 없겠다!’하고 뒤돌아서려 했으나 왠지 그럴 수 없음에 집으로 데려와 침대 맞이에 모셔놓아 본다.

소재다, 소재. 소재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왜 지금 역사인가, 왜 지금 도덕인가도 아닌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외쳤다. 그의 외침이 마음 속 깊은 곳의 찝찝함을 건드렸다. 그 찝찝함을 만들어 낸 건 지리에 대한 마음의 빚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억제돼 왔던 하지만 끝까지 억제될 수는 없었던 호기심은 찝찝함과 결합돼 결국 이 책을 들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대학에 와서 많은 학문과 지식의 내용들을 온전치 못하게 배워왔음을 알아가고 있다. 진짜 문학은 그 문학(입시생으로서 배웠던!)이 아니었고, 연도를 외우는 게 역사가 아니었고, 사상가를 외우는 게 윤리가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리만큼은 대학에 와서도 여전히 그 지리가 지리인 상태이다.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채 그때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지리도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마찬가지로 지리에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읽어보니 나의 느낌이 맞는 듯 했다. 이 의심이 타당한 것인지 확인하고자 두 명의 교수님을 찾아 뵈었다. 역시나 지리 위에도 그 온전한 가치를 가리고 있던 검은 막이 존재했고 내 머릿속의 지리는 진짜 지리가 아니었다.

대학에 와서 나는 시험을 위한 배움에 매몰돼 있었던 자신을 마주했다. 학문과 나 사이의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지리와 나 사이의 오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음을, 여전히 우리 사이의 오해는 남아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심지어 지리학이 변방 학문으로서 소외되어있음을 알고 안타까운 감정을 느낀다. 자신을 퍼스트 펭귄이라 칭하는 한 지리학자는 인터뷰를 하던 중 말했다. 백과사전식 교육체계를 적용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학문이 바로 지리학이고 지리교육이라고.

지리학계는 갈 길이 멀다. 다행히 그 길을 혼자서라도 뚜벅뚜벅 걸어 가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 우선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자.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이 지리와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