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명박 대통령 임기 때의 사태와 박근혜 정부 현 시국이 묘하게 일치하는 국면을 해석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생각해 본다. 두 기사 모두 <교수신문>에서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글이다. 사자성어 선정의 관례는 <교수신문> 필진과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 주요 보직교수, 대학원장, 대학신문 주간 교수, 정년퇴임을 한 원로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한 결과다.
2011년 12월 말에 <교수신문>은 학계 인사들로부터 추천받은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掩耳盜鐘(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 발표하였다. 엄이도종은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 응답자들은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이유로 엄이도종을 선택하였다. 
한편 2016년에 선정된 사자성어는 君舟民水(군주민수)다. 출전은『苟子』「王制」편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뽑은 한 교수의 인터뷰 글을 인용하면서, 신문사는 “2천 500년 전에 이렇게 주권재민의 원리를 이야기한 순자에게 소름 끼치는 경외감을 느낀다”는 평을 싣고 있다.
두 예만 살펴보아도 우리는 사자성어의 출처가 중국의 사상가들이 남긴 유명한 경전이란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상황을 꼬집어 볼 무기와 분석의 틀을 우리의 것이 아닌, 외국의 것에서 빌어오는 풍토가 이 <교수신문>의 전통이란 말이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필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병폐 현상과 치유의 문젯거리들을 들추어내고, 날카로운 진단과 풍자를 생산하는 일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단, 전제 조건은 이 같은 진단과 처방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알려지고 ‘이해가 되는 수준에서’ 유통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필자는 바로 여기에 우리 학계에 전통으로 이미 자리 잡은 ‘사자성어’ 제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학계 일부의 교수 집단에서만 통용될법한 어휘를 발굴해 내는 의도는 무엇일까? 국민의 몇 퍼센트가 과연 그 어려운 한자 표현을 이해할까? 필자는 이 해법의 근간을 필자 자신이 창안해 낸 개념어, ‘지식 식민주의’에서 끄집어내고자 한다.
지식 식민주의란 단어는 필자가 직접 만들어 낸 합성어이다. 지식 식민주의란 우리의 사고를 서양인의 학적 체계와 프리즘으로 굴곡 하여 보는, ‘학적 무뇌 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기보다는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지적 종속 상태‘를 말한다. 지식 식민주의는 지적인 영역에서 우리 학계가 범하고 있는 굴욕적, 수동적, 비생산적, 서양 추종의 학문적 종속 현상을 비유하는 필자의 언어이다. 40년도 채 넘지 않은 일제 식민주의를 경험한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일본 제국주의의 치욕적이고 더러운 유산을 곁에 두고 있는가? 한번 당한 식민주의의 그 폐해가 이리 심한데, 지적인 분야에서만큼은 식민주의를 당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우리의 문학, 곧 국문학의 시와 평론, 소설 등에서 촌철살인의 명문장으로 한 해의 상황을 해갈하는 풍토가 만들어지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 그런 전통이 새롭게 나타나 ‘우리의 시(전통사상, 속담)로 풀이한 ~~ 한해’와 같은 풍경을 상상해 본다.  
지식 식민주의를 청산해야 하는 일, 소수의 학자만이 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우리의 것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고, 보존하고, 적용하여 배울 때, 지적인 윤택함은 우리가 얼른 알게 될 것이다. 청산을 위한 실천은 올해의 사자성어 전통을 인제 그만 폐기하고, 새로운 전통을 발굴하자는 만인의 청유와 공유된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꿈꾸고 상상해 본다, 어서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김상현 교수
러시아어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