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3월 2일, 오전 10시 30분. 아직은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나무가 늘어서 있는 학교 오르막길을 올랐다. 또다시 찾아 온 새 학기였다. 몇 달 만에 느끼는 캠퍼스에 대한 감상도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미리 정해 놓은 이번 학기 목표들을 되새겼다. 토익 점수를 목표만큼 올리고,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좀 벌고, 학점 정말 잘 챙기고, 대외활동도 하나 하고, 한국사 검정시험 1급을 따고… 모두가 바쁜 세상이고 열심히 해야 하는 나이라며 입술을 물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친구들 모두 학교와 더불어 대외활동 또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기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다들 그런 생활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고, 그러면서도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한 약속들로 더욱 더 시간을 쪼개곤 했다. 강의 시작 전 잠깐 확인 한 카톡엔 단체 카톡에서부터 개인 카톡까지 빨간색 알림 숫자가 잔뜩 떠 있었다. 카톡을 차례차례 확인하는 찰나, 시작된 강의에 빈 노트를 펴고 교수님의 말을 써내려갔다.
점심 약속 후, 오후 수업을 듣고 대외활동 회의에 참석하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조만간 있을 활동에 대해 준비물을 만들고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몇 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무리하고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이미 밖은 한참 전에 어두워졌고 밤이 되자 온도는 떨어져 날씨는 오전보다도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짠- 술잔을 기울여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 후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계는 밤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에 눕자 희미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게 맞는지, 오늘의 나는 뭘 한 건지, 이래서 내가 이루고 싶은 걸 과연 이룰 수 있는 지, 나의 생활이면서, 동시에 내 주변 사람의 생활이었다. 물론, 완벽히 똑같을 리는 없지만 지금의 우리는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각자 주어진 여러 개의 약속과 역할들 속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가끔은 내가 그려본 나의 대학생활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멋지고, 좀 더 엄청나고, 좀 더 대단한. 하지만 이제까지의 나의 대학생활은 거의 그렇지 않았다. 조금은 소심하고, 가끔은 문제를 일으키고, 대다수가 평범하게 성실한. 하지만 이제 나는 또 안다. 목표를 이루어 내는 것은 어느 날 하루 갑자기가 아니라 열심이었던 하루하루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이것 저것 신청하여 떨어지기도 붙기도 하고, 고3 때만큼만 공부하면 A는 받겠다고 자책하면서도 전공 서적을 읽고, 하고 싶어서 신청한 활동을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심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나를, 당신을, 우리를. 감히 위로하고 응원 하고 싶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눈부신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어느 날 황홀하게 반짝일 것이라고.

 

정예주(경영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