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김밥에_단무지는_빼주세요_소리_나니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화장실 칸에서 김밥 먹는 복학생’ 이야기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혼자라는 소재를 다루는 TV 프로그램들이 주목받는 요즘이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단 다들 가볍게 우스갯소리로 웃어넘긴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가 인터넷에 올라온다는 건 아직도 혼자 밥 먹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필자도 20살까진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것도 어려워서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빵이나 김밥을 먹곤 했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마주치거나 사람들이 왜 혼자 밥 먹는지 물어볼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혼자 밥 먹는 것도 무서워하던 필자가 군 복무를 마치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캐나다에 도착한 첫날 갔던 주 의사당 잔디밭엔 혼자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그 길로 곧장 주변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테라스에 앉아 영어로 힘겹게 주문을 마치고 석양을 바라보며 그 집의 추천 메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을 먹었던 경험 때문인지 캐나다라는 장소적 특성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뒤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잘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틈만 나면 홀로 밖에 나가 책을 읽거나 벤치에 앉아서 쉬고 여행을 다니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며 심적 여유도 많아지고 자신을 더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어 갔다.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다 보니 그동안 입고 싶었던 스타일로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한국에 오기 직전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수염도 길러볼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적 모를 차림새와 생김새로 어딜 가든 다른 사람들의 집중을 받았다. 전의 필자였다면 외출 후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끄러워서 옷도 갈아입고 당장에 수염부터 밀었겠지만, 그땐 그냥 그 모습이 좋았다. 그러나 수염 기른 아저씨가 되었음에도 복학 후의 혼자 밥 먹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밥 먹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은 점심 메뉴를 고르고 혼자 밥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덕택에 지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사람들과 정신없이 얽히고설키며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혼자 밥 먹기에 도전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아, 필자는 김밥에 단무지는 빼고 먹는다. #아주머니_김밥에_단무지는_빼주세요 #나혼자산다. 

 

조기화(경영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