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게릴라 가드닝은 ‘게릴라(Guerrilla)’와 ‘가드닝(Gardening)’이 합쳐진 말로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남의 땅을 불법으로 점유한 뒤, 그곳을 정원으로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게릴라’는 우리 일상 속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이는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을 의미한다. 가드닝 앞에 전쟁 용어가 붙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게릴라 가드닝이 시작된 계기를 알면 쉽게 해소된다. 1970년, 쓰레기로 지저분했던 미국 뉴욕 휴스턴 거리의 공터가 하루아침에 꽃밭이 된다. 이는 예술가 리즈 크리스티(Liz Christy)가 한밤중에 친구들과 함께 ‘그린 게릴라(Green Guerrillas)’라는 명칭 아래 기습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다음날 쓰레기가 가득했던 공터가 꽃밭으로 변한 모습에 뉴욕 시민들은 반겼지만, 공터 주인은 리즈와 그의 친구들을 ‘불법 침입’이라는 이유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리즈는 아무리 자신의 땅이라도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버려두는 것은 땅에 대한 권리가 없다며 도리어 땅의 주인을 상대로 역소송을 진행했다. 이렇게 시작된 소송은 7년 동안 지속되었고 <뉴욕 타임즈>가 이 소송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리즈의 그린 게릴라 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결국 소송은 뉴욕 시에서 이 땅을 사들여 공원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리즈의 활동은 ‘게릴라 가드닝’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현재 30여 국 이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릴라 가드닝 활동은 주로 단체로 이루어지며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리지 않기 때문에 회회원의 수나 신상을을 알기는 어렵다. 이처럼 일반적인 게릴라 가드닝은 자신의 땅이 아니라 버려지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타인의 땅 혹은 공유지를 남몰래 기습적으로 가꾸는 일이기에, 소송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시도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게릴라 가드닝을 공공을 위한 긍정적인 행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활동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울시와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공개적으로 가드너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반 게릴라 가드닝 형식과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버려진 공간에 꽃향기를 불어넣겠다는 기존의 의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도심 속 버려진 공간을 꽃밭으로 채워가는 게릴라 가드닝 활동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어져 가고 있다. 먼저, 건국대학교 게릴라 가드닝 동아리 ‘쿨라워’는 황폐해진 땅이나 자투리 땅에 꽃을 심음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환경 및 인식 개선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전남대학교 ‘팀게릴라’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메시지와 함께 게릴라 가드닝을 시작해 게릴라 가드닝의 종류 중 하나인 모스 그래피티(Moss Graffit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 그래피티는 이끼를 뜻하는 ‘모스(Moss)’와 길바닥 벽화를 뜻하는 ‘그래피티(Graffiti)’가 합쳐진 말로 이끼를 이용해 그리는 벽화다. 이들은 모스 그래피티를 통해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도시에 초록색 점 하나를 찍다’라는 구호를 전하며 사람들에게 풀, 풀색, 초록색을 보여줌으로써 자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팀게릴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남대 조경학과 이우성(26) 씨는 “모스 그래피티를 통해 세상이 무채색으로 물들어가는 것보다 푸른빛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도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게릴라 가드닝에서 더 나아가 게릴라 가드닝을 통해 일본 하시마 섬의 조선인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프로젝트팀 ‘랜덤너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단체들이 게릴라 가드닝을 통해 환경 개선 및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전남대 팀게릴라의 모스 그래피티
 ⓒ전남대 이우성 제공

문 닫은 카페 앞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꽃으로 꾸민 게릴라 가드닝 모습
 ⓒ전남대 이우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