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2 : 인터뷰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이은경 대표

기자명 홍정아 기자 (ja2307@skkuw.com)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전문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상영하고 홍보하는 단체이다. 설립자인 이은경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배리어프리영화의 모토는.
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배리어프리영화는 어르신과 아이들,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지적 장애인들도 모두 좋아하신다. 장애인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 곧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이듯이, 배리어프리영화 역시 모두가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사 ‘조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 분들과 소통하기 어렵다고, 또 소수라고 차별한다면 영화의 가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낭소리>의 배리어프리버전 제작에 참여하며 배리어프리영화를 처음 접했다. 2010년 11월 가을, 제작한 영화를 일본에서 상영했는데 매우 다양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셨다.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우리는 말을 키웠다.’, ‘우리는 돼지를 키웠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씀하시는데,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은 모두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를 만들었다.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드는 다른 단체들도 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우선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지금까지 만든 30편 모두 전문 감독님들이 제작하신 작품이다. 화면해설도 전부 배우나 전문 성우처럼 영화와 관련된 분들이 담당한다. 사운드 작업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에게도 전문가들이 만든 좋은 품질의 영화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더 잘,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단체다. 또 현재는 정부에서 한국 영화만 지원하기 때문에 외국 영화는 우리만 작업하고 있다. 우리가 없다면 아마 외국 영화의 배리어프리버전은 못 보실지 모른다.

배리어프리버전을 만드는데 제작비는 얼마나 드는가.
한국 영화는 천오백만 원, 외국 영화는 더빙 작업을 추가해야 되니 이천만 원 정도 된다. 감독님이나 배우들은 재능 기부로 참여하셔서 거의 돈을 받지 않는다. 녹음이나 사운드 작업도 대부분 실비만 받으신다. 영화를 같이 만드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취지를 잘 말씀드리고 부탁드리면 거의 공감을 많이 하시고 동참해주신다. 그러나 영화 제작비뿐 아니라 사무실 임대료, 직원들 월급까지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분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LG 유플러스에서 천 원씩 기부를 받아 팔백만 원 정도가 모였다고 연락이 와서 ‘늑대아이’를 제작할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특별한 신념이 있는지.
영화란 제한 없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이래야 한다.’라고 규정짓는 순간 상상력이 사라지고 영화가 재미없어진다. 예를 들어, 보통은 전문적인 화면 해설 작가가 원고를 쓰면 감독님이 감수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감독님은 시청각 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팽이의 별>은 감독님이 전부 제작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어렵다는 평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견해가 잘 드러난 작품이 되었다. 또한 일반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배리어프리버전으로 보완하기도 한다. 영화마다 화면해설하시는 분들도 모두 다르다. <블라인드>는 ‘롤러코스터’ 서혜정 성우가 화면 해설에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들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좋다. 우리가 만든 영화가 처음 본 영화라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분이 영화가 끝나고 나오시며 대구에서 보러 왔다면서 “영화를 굉장히 공들여서 만드셨네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때 굉장히 기뻤다. 배리어프리영화를 통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관객들도 모두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 ‘배리어를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런 가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비해 장애인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많이 확산되었을까.
그렇다. 초창기에는 관객 수가 적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영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제작된 배리어프리영화도 훨씬 많아졌고, 요즘은 감독님과 배우도 대부분 알고 계신다. 관객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들은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의견이 모이고, 그것이 정책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반영되어 하나씩 변화가 이루어지면 그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면서 인식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선순환 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향후 위원회의 목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함께 하는 동지들도 많이 만드는 것이 작지만 큰 목표이다. 배리어프리영화가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뭐야?”가 아니라 “아~그거.” 이렇게.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아는 용어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기 더 편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계속해서 영화 전공자들이 모여 더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단체로서, 영화를 더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전부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