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 1

기자명 박범준 기자 (magic6609@skkuw.com)

 

지난 7월 폐막한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44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한국 스포츠의 독특한 상황이 숨어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손연재(리듬체조), 기보배(양궁), 이용대(배드민턴) 등 전문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반면 해외국가들은 일반 대학생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일례로, 미국 대표로 참가한 스탠퍼드대 여자 수구팀 선수 19명 중 체육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이들의 전공은 미국학·컴퓨터과학 등이었다.

ⓒ광주U대회 조직위 공식사진촬영단 제공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차이에서 찾는다. 서강대 정용철(체육교육) 교수는 “비슷한 사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호회 수준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적극 참가시켰다. 정 교수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는 1위를 목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은 대학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운영되게 했다. 하지만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잃었고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스포츠가 기존 엘리트 스포츠 요소에 일반 학생을 위한 생활스포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빛나는 프로리그, 빛바랜 대학스포츠
대학스포츠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농구대잔치’의 열기는 이제 먼 옛날의 일이 됐다. 대중의 관심이 대학농구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국민대 이대택(체육학부) 교수는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들이 대학스포츠에 요구하는 것이 변했는데, 대학스포츠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학은 운동부를 축소·폐지하고 있다. 대학운동부는 2012년 976개에서 2013년에는 934개로 감소했다. 체육특기자 선발대학도 2011년 122개에서 2013년 88개로 27.8% 줄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조성식(스포츠산업) 교수는 “대학스포츠는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공동체 형성기능과 상업적 이윤의 두 가지 존재의의가 있는데, 오늘날의 대학스포츠는 둘 다 쇠퇴한 상황”이라며 “재정압박이 심한 대학들은 운동부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체육교육 종사자들은 정부가 대학평가에 ‘대학운동부’ 지표를 반영하고 운동부를 유지하는 대학들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단장은 지난해 6월 열린 대학스포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대학 구조조정의 타겟은 항상 스포츠 재정”이라면서 “운동부 관련 지표가 반영되지 않아 대학스포츠의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안응남 스포츠단장은 “정부에서 특별기금 조성 등 재원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제까지 엘리트만 키울 건가요?
한편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엘리트 선수들은 평소 잦은 훈련으로 일반 학부생들과의 교류가 적다 보니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적은 편이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부터 학업을 소홀히 한 엘리트 선수들은 프로진출에 실패하면 사회 재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0개 주요 종목의 대학선수 평균 취업률은 45.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가 수명이 다했다고 진단하면서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전문 선수 육성 중심으로 운영돼온 대학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고, 스포츠 교육자들은 그런 가시적인 성과에 따라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대학스포츠가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많이 왜곡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스포츠가 아마추어 스포츠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단장은 “동아리나 클럽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선수 중 뛰어난 선수에게 그 학교를 대표할 기회를 줘서, 선수 풀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택 교수는 “대학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의 요소를 살리면서 그 범위를 생활스포츠 영역까지 넓히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스포츠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해
몸과 정신을 고루 키우는 전인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기대 김동선(스포츠경영) 교수는 “대학은 프로나 실업 스포츠 구단의 선수 공급을 위한 선수양성기관이 아니라 학생의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내 운동동아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 단장은 “아마추어 운동동아리들이 참여하는 교내 리그나 대학 간 교류전을 활성화해 일반 학생들의 참여와 흥미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택 교수는 “대학이 체육 활동에 적극적인 일반 학생들의 학점을 인정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