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skkuw.com)

 

“아이고, 우리 기자님들 저 먼 곳에서 이까지 오느라 정말로 수고했겠네.”
약 3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렇게 도착한 광주는 서울보다 훨씬 더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한국광기술원은 급행버스로 약 1시간 거리였고,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탄 버스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10분쯤 갔을까. 다음 정류장을 알려주는 버스의 알림 소리가 들렸다. 왠지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들어 버스 노선도를 봤다. 이 방향이 아니었다. 황급히 내려 육교를 건너 반대 방향으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광기술원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나를 반긴 건 근엄한 표정의 박사님도, 딱딱한 분위기의 연구실도 아니었다. “힘들 텐데, 물이나 한 잔씩 마시고 시작해요. 커피는 셀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는 스마트 글라스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던 도중 직접 스마트 글라스를 꺼내 들었다. “이거 한번 직접 써보면 좋을 텐데…” “우와, 직접 껴봐도 괜찮을까요?” 스마트 글라스를 끼자 박사님의 얼굴과 춤을 추는 소녀시대의 모습이 동시에 보였다. 아, 아이언맨이 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SF영화 속 과학기술들이 실현되는 그 현장에 내가 있다니. 놀라움도 잠시, 박사님은 플라스틱 렌즈의 부품 중 하나인 스플리터를 꺼내 설명을 이어갔다. “이 결과물은 공돌이의 피와 땀이 묻어있는 것이죠. 세상 정말 많이 좋아졌죠?” 스스로를 ‘공돌이’라 칭하던 그가 기자에게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저도 공순이예요.” 그러자 박사님이 기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20년 후, 더욱 무섭게 변해 있을 세상을 기대해볼게요.”
취재는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취재가 끝나자 어느새 오후 4시. 쨍하던 햇빛 대신 선선하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충장로의 유명한 빵집 ‘궁전제과’에 들려 두 손 한가득 빵을 사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빵을 먹는 내내 교수님의 마지막 한마디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찬찬히 20년 후의 세상을 상상해봤다. 어휴, 얼마나 변해있을지 정말 무섭다. 그 세상에 공순이의 피와 땀은 얼마나 묻어있을까. 공순이가 미래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서울에 도착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 버스의 바퀴는 유난히도 가볍고 빨랐고 광주는 멀지 않았다. 그래. 공순이로 인해 더욱 무섭게 변해 있을 세상 또한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