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번 주에 우리 학교 봄 학기 ‘대동제’가 열린다. 전에는 인사캠과 자과캠이 따로 축제를 진행했지만, 이번 축제는 자과캠 학우들이 인사캠으로 올라와서 함께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대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각종 SNS에서는 자과캠 학우들의 이동 부담, 공간 협소 등등의 이유를 들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번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동제를 개최할 수는 없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축제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다.
축제는 삶의 기운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사람들은 남들과 경쟁하느라 긴장을 하고, 그 때문에 피곤해진다. 긴장이 지속되고 피로가 쌓이면 생기가 없어져 삶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고무줄을 잡아당긴 상태로 오래 놓아두면 탄력을 잃어 고무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고무줄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 고무줄을 이완시켜야 한다. 축제의 효과가 바로 이것이다. 축제는 생기를 충전하는 기회다. 축제에 참가하는 동안 학우들은 한마음이 되어,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모두 하나 된 즐거움에 마음이 흠뻑 취한다.
대동제란 크다는 의미의 대(大), 같다는 의미의 동(同), 제사를 의미하는 제(祭)가 합쳐진 글자다. 모두 하나가 되는 축제라는 의미이다. 공자는 이상사회를 대동이라 했다. 대동이란 천국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고, 낙원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상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살기 때문에 일체의 갈등이 없다. 한 나무에 돋아난 잎들은 각각 다르게 존재하는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다. 모두가 한 뿌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모두가 하나다. 잎들은 모두 한 뿌리의 뜻으로 살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긴장할 일도 없고, 피곤할 일도 없다. 그러나 만약 잎들이 뿌리를 잊어버린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뿌리를 잊어버린 잎들은 각각 남남이 되어 경쟁에 몰두할 것이고, 그 때문에 긴장할 것이며, 그 때문에 피곤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마음과 몸의 두 요소가 있다. 몸이 나무의 가지와 잎이라면 마음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사람의 마음에도 두 마음이 있다. 하나는 욕심이고 다른 하나는 본심이다. 사람의 욕심은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는 개인의 이기심이지만, 본심은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한마음이다. 한마음은 모든 잎들이 다 함께 연결되어 있는 뿌리와 같은 것이다. 한마음을 알고 한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갈등이 없다. 긴장할 일도 없고 피곤할 일도 없다. 그러나 한마음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은 다르다. 한마음을 잊어버린 순간 사람은 각각 남남이 되어 경쟁하느라 긴장하며 피곤한 삶을 산다. 한마음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군자이고, 한마음을 잊어버리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소인이다.
오늘날은 한마음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한마음을 잊어버리면 한마음이 있던 자리에 욕심이 들어와서 채워달라고 아우성을 한다. 사람들은 욕심이 자기의 본마음인 줄 착각하고 욕심을 채우느라 경쟁에 몰두한다. 사람들이 늘 피곤한 것은 그 때문이고, 사람들이 늘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긴장이 지속되고 피로가 누적되면 생기가 없어져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 가끔씩 긴장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탁월한 방법 중의 하나가 축제에 참가하는 것이다. 축제에 참가하면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곳이 천국이다. 그러므로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천국체험을 하는 것이다. 천국체험에 임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천국에 임하면서 그것이 득인지 손해인지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국체험을 이해득실로 계산할 수는 없다. 삶의 기운을 충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축제 때만 한마음이 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경쟁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한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다. 그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노력하여 진실함이 쌓인 뒤에라야 가능한 것이다. 한마음을 회복하여 한마음으로 산다면 그의 삶 자체가 축제이고, 그가 사는 곳이 천국이다.
한마음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 인(仁)이고 넉자로 표현한 것이 인의예지이다. 지금 인의예지를 교시로 삼고 있는 학교는 성균관대학교뿐이다. 경쟁이 한창 치열할 때에는 인의예지를 주장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성균관대학교의 교시 때문에 성균관대학교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인류의 역사는 사계절의 흐름처럼 순환을 한다. 사계절의 순환법칙이 음양론이듯이, 역사의 순환법칙도 음양론이다. 사계절은 더워지는 봄이 되었다 추워지는 가을이 되었다 하면서 순환한다. 더워지는 것이 양이고 추워지는 것이 음이다. 역사의 흐름은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와 몸을 중시하는 시대가 순환한다.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가 양이고, 몸을 중시하는 시대가 음이다. 몸을 중시하는 시대가 지속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해져서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 오늘날 세계가 자꾸 혼란해지는 까닭은 마음이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세상이 혼란해진 뒤에는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몸을 주로 챙기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마음을 주로 챙기는 시대가 된다. 한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마음을 중시했고, 마음 챙기는 능력이 탁월했다. 오늘날 한류문화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상이 이미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 한국이 세계의 선두에 설 것이고, 그중에서도 성균관대학교가 중심이 될 것이다. 그 까닭은 성균관대학교가 인의예지를 교시로 삼고 있는 유일한 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가 성균관대학교로서의 역량을 잘 발휘하기만 하면, 성균관대학교는 한국축제의 장이 될 것이고, 한국은 세계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대동제는 세계축제의 장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