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언론에서 한국 대학이 심각한 위기라는 기사를 빈번하게 목도하고 있다. 각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들을 살펴보더라도 ‘위기’, ‘변화’, ‘개혁’, ‘미래’라는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물론 대학들이 습관적으로 위기라는 말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올해는 몰아칠 위기의 광풍이 어느 해보다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최근 몇 년간 낮은 경제성장률, 이념논쟁과 정치 갈등의 심화, 위험의 일상화,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단절 등의 문제가 갈 길 바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유수 대학들의 잰걸음을 바삐 따라가야 하지만 많은 암초를 만나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도부터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어 고교 졸업생이 대학정원을 밑돌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앞으로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다. 또한, 반값 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압박도 심화되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자를 웃도는 대학 졸업자들의 미취업 통계는 능력 없는 ‘고학력 룸펜’의 양산이라는 신랄한 비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에게 변화와 혁신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고고한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과거에 안주하며 독야청청(獨也靑靑)을 꿈꾸는 것은 변화의 시대에 허락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 성균관대학교는 최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혁신적 발전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617년의 역사와 거기서 오롯하게 빛나는 ‘오래된 새로움(The Ancient Newness)’의 가치를 발전시켜 창조의 싹을 틔워왔다. 대학 경쟁지표의 놀라운 상승, 우수한 교수진의 확보와 세계적 연구 성과, 그리고 한국 최고 수준 학생들의 입학 등은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높은 파고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과는 다른 고난과 역경이 닥칠 수도 있다. 철저한 준비와 굳건한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교육시스템을 개선하고 창조적 파괴를 이룰 수 있는 스마트 혁신 교육 생태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인재상의 표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우수인재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의 압박은 우수인재 확보와 집중적 투자라는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정원 감축은 하되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학과는 분명하게 신설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의 자연스러운 융합과 결합은 새로운 학문영역의 창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 대학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인문·사회학적 상상력과 창조적인 과학기술능력을 두루 갖춘 탈경계형 지성을 양성하는 요람이 되어야 한다.
졸업식에서 공표된 ‘공심(公心)으로 시대를 이끌고 창심(創心)으로 인류에 공헌하라’는 문구는 우리의 미래 좌표설정을 위한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심과 창심을 결합하고, 이를 뒷받침할 융합적 지식창출의 허브인 PUSH(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nd Humanity)프로그램 등을 원활하게 운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꾸준하게 해 왔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능력이 충분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많은 고통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동심동덕(同心同德)의 마음으로 함께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