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강원도 삼척에서 바닷 바람을 맞으며 훈련받고 있을 박한결은 보아라.

나다. 굳이 말 안 해도 첫 문장부터 내가 누군지 감이 오지? 편지를 쓴다 쓴다 하다가 보니까 이제 곧 수료할 시기라 성대신문을 빌어 편지를 좀 써보려고 해. 가기 전에 그렇게 편지 써준다 해놓고 못써줘서 미안하다. 거기는 어때. 살만해? 죽을 맛이지? 아직은 나도 미필이라 뭐라고 해야 될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5월에는 네가 지금 느끼고 있을 그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네가 입대 전에 보내준 사진이 잊혀 지지 않아. 그렇게 심란하고 걱정되고 불안한 모습이 정말 잘 담겨 있는 사진은 처음이었어. LC친구들이랑 카톡방에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마다 그 사진을 보곤 해. 짠하면서도 웃긴 너의 표정 때문에 분위기 전환이 쉽게 되거든. 네가 그런 표정을 지었을 때는 아마 낮술을 진탕 마시고 나한테 욕할 때였을 거야. 넌 기억도 못하더라.
니 생각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낮술이야. 1학년 때 너랑 대학의 낭만을 즐긴다며 낮술을 먹기 시작했지. 주로 금요일 점심이었을 거야. 저녁까지 기다리기도 뭐해서 시간나면 여름에는 해물파전에 열무국수, 겨울에는 해물파전에 칼국수를 시켜놓고 막걸리를 그렇게 마셔 댔었는데. 한잔하고 수업도 들어가고 그랬던 것은 기억 나냐? 나름대로 낭만적이긴 했다. 주인아저씨가 먼저 인사해주시고 주방아주머니들도 하도 자주 가니까 주문도 안했는데 미리 메뉴를 물어봐주시기도 했잖아. 지금도 그 식당 지나가면 네 생각난다. 이때 안 해보면 언제 해보겠어.
너랑 내일로를 같이 못 타본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까지 제대하면 나이 제한을 훌쩍 넘겨서 이제 타보지도 못하는데 매번 말만 하고 같이 못가서 미안하다. 그래도 집에 가려고 학교오던 너를 불러내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위닝도 했으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어떻게 한번을 안 된다고 한 적이 없는지. 휴가 나오기도 힘든 곳에서 생활할 너이지만, 그래도 군 생활 열심히 하다가 휴가 맞춰 나와서 얼굴 좀 보자. 수료식이랑 자대배치 받으면 꼭 전화하고. 몸 건강하게 사고 없이 생활하고 제대하자. 보고싶다 박한결.
 
From. 송윤재
 

To. 박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