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규상 신임총장이 지난 1월 8일 취임한 후 성균관대학교의 새로운 방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단절적인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신임총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들을 보면 다소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배려와 존중’, 그리고 ‘진정한’ 등의 키워드들은 소통과 화합을 보다 중시하고 대학발전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산을 오르다보면 정상의 입구까지는 비교적 빠른 행보로 다가갈 수 있지만, 마지막 정상에 오르는 길은 느린 속도로 한발 한발 다지며 가게 된다. 신임총장의 키워드들은 성균관대학교가 이제 정상의 입구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재정비를 할 때라는 인식에 그 배경이 있다고 풀이된다.
성균관대학교는 정상에 도전하는 원정대가 수십 개에 이르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조직이다. 누군가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정상에 오를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아직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누군가는 베이스캠프에 남아 다른 구성원들이 정상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할 것이며, 앞서 출발한 여러 원정대는 이미 정상을 향해 각자의 길로 도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가 성균관대학교의 여정에서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자신의 몫을 기꺼이 하도록 이끄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간단치 않은 일이다.
베이스캠프를 차렸다면 우선 상황 인식과 목표의 공유를 점검하기 위해 학문단위별 교수 및 학생과 동문, 그리고 교직원을 아우르는 성균관대학교의 이해당사자들과 보다 긴밀한 소통을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일방적인 촉구만으로는 공유하기 어렵다. 각 원정대를 부지런히 오가며 존중과 배려가 느껴지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통이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갖추어져야 한다. 신뢰는 서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이 이행되는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 원정대마다 자신의 도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지원을 요구하며, 베이스캠프는 그 지원을 이행하고 각 원정대의 계획 수행을 점검하면서 신뢰가 구축되어 간다.
통합은 획일과 분명히 다르다. 저마다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의미 있는 목표도 다를 수 있다. 진정한 통합은 각 원정대 스스로의 현 상황 진단, 적절한 성과지표의 도출, 그리고 실현가능하면서도 의미 있는 도전 과제와 전략의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에 상응하여 필요한 베이스캠프의 지원 계획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성균관대학교의 집단지성에 의해 통합된 도전 계획이 수립되는 것이다.
비전 2020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6년이 남았다. 목표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아닐 만큼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험난할 것이고 남은 시간도 그리 길지만은 않다. 소통과 통합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로드맵의 제시가 시급한 이유이다. 각 원정대가 자율과 책임이 동반되는 창의적 혁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겨울 동안 1년 농사의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 봄을 맞아 땅을 일구고 소통과 통합의 씨를 뿌릴 때다. 가을에 풍성한 도전 계획의 수확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돌아오는 겨울에는 한층 더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통합된 성균관대학교가 정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