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하 타투이스트 인터뷰

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무엇이든 ‘영원히’라는 말이 붙으면 진지해진다. 사람의 몸에 영원히 남는 타투를 새긴다는 것 역시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의 피부를 캔버스로 일하는 타투이스트들. 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타투는 어떨지 올해로 2년째 타투숍을 운영하고 있는 타투이스트 윤지하(디자인 07) 동문을 만났다. 

▲ 윤지하 씨가 타투 시술을 하고 있다. ⓒ 윤지하 타투이스트 제공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가 있는가. 여성 타투이스트는 흔하지 않은데 힘든 점은 없나.
대학에서 섬유 디자인을 전공했다. 사실 미술이 좋았지 전공은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그래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예술과 접목시키고 싶었다. 마침 같이 미술 공부를 하던 남자친구가 타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서 타투숍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요즘은 여성 타투이스트도 많다. 여성 고객들은 같은 여자의 눈으로 도안을 정할 수 있고, 부위에 따라 탈의를 하기 때문에 여성 타투이스트를 선호한다. 워낙 팔 힘이 좋아서 무거운 기계도 잘 들 수 있다(웃음).

타투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나.
굉장히 다양하다. 우선 일본 야쿠자 문화에서 온 ‘이레즈미’가 있다. 팔이나 등에 잉어나 용 등을 크게 새긴 거다. 일본에선 나름 중요한 뜻이 담긴 타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세 보이려고 그리는 경우가 많아 그런 손님들은 안하는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또 검정, 하양의 명암만을 조절해서 그리는 ‘블랙앤그레이’도 있다. ‘올드스쿨’은 나비나 꽃에 색깔을 넣어 새긴 화려한 타투로,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레터링’도 인기가 많은데, 말 그대로 문자를 새긴 것이다. 또 ‘미니타투’는 별, 하트, 달 등을 손가락이나 손목, 발목에 작게 새긴 것으로, 작아서 많이들 한다.

하나의 타투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먼저 어떤 타투를 새길지 손님과 상담한 후 타투 도안 제작에 들어간다. 한 번에 마음에 든다고 하는 분도 있고, 여러 번 고치기도 한다. 도안을 결정한 다음엔 원하는 부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기계로 새긴다. 타투 기계는 1초에 70~80번 바늘이 피부를 찔러서 잉크를 주입하는 원리다. 통증은 부위에 따라 다르다. 보통 손등이나 발목같이 뼈가 있는 부분이 더 아프다. 손가락 같은 경우엔 많이들 하지만 접촉이 잦은 부위라 금방 지워지고 번질 수 있다. 

타투이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강생을 받는 타투숍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르치는 내용이 제각각이라 국내에서 타투 기술을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뉴욕에 갔다. 미국의 경우는 타투이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마다 갱신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격증이 따로 없으니 기계랑 공간 구비에 쓸 자금이 있고 기술만 익히면 타투숍을 차리는 것 자체는 쉽다. 그래서인지 쉽게 시작했다가 큰 작품 하나 망치고 1, 2년 만에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아직도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해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처음엔 타투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고, 괜히 나쁜 일 하는 것 같아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일부러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밝게 해서 타투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를 고치려 했다. 비위생적 시술로 유명한 중국이나 인도에서조차도 타투가 매독, 에이즈 같은 질병을 유발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의사 외의 사람이 하는 타투 시술이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불법이다. 요즘의 타투이스트들은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서 병원보다 더 깨끗한 곳도 많다. 또 이렇게 계속 음지에 놔두기엔 이미 충분히 많은 이들이 타투를 즐기고 있다. 오히려 타투이스트의 시술을 허용하고 자격증 체계를 확립한다면 위생 면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성년자 시술에 대한 법적 체계도 세워져 더 건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투를 새기면서 어떤 신념을 갖고 하는지.
타투는 예술이다. 외국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이 미술, 디자인을 전공한 아티스트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안을 인터넷에서 출력해 쓰는 타투이스트가 많다. 그런 식이면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타투 기계를 다루는 기술만 갖고도 시술이 가능하지만, 결국 남이 한 것과 똑같은 타투가 된다. 나는 고객과 상의한 것을 바탕으로 도안을 새로 제작하고, 한번 쓴 도안은 재사용 하지 않는다. 사람이 다 다른데 평생 내 몸에 남을 타투도 나를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