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지형 기자 (omi0511@skkuw.com)

그동안 여러 기획보도 기사를 쓰면서 냉담한 반응의 취재원들과 수도 없이 부딪혔다. 상대가 드러내기 싫어하는 구석을 기어이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태세로 이것저것 캐물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테다. 학생 기자라는 신분에서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人情)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나도 그들만큼 냉담해졌고, 독해졌고, 날카로워졌다.
이번에도 그런 한주를 보내겠거니 준비하고 있었다. Flipped Class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해당 강좌를 운영하시는 교수님들께 취재 요청메일을 보내고, 반나절도 안 돼 대부분의 메일을 ‘읽씹’ 당하다 보니 나는 여느 때처럼 냉담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메일에서 내 연락처를 확인하신 한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만날 수 있겠어요?”
취재가 성사됐다는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 책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취재원과 컨택 됐으니 기사 쓰는 데 큰 무리는 없겠다는 단순하고도 기계적인 생각으로 취재를 떠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울 만큼 교수님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냉담하게 취재하듯, 냉담하게 학과 강의를 듣던 한 어리고 어린 학생 기자 눈에 비친 건 딱딱한 교수님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평가만 하지 않고 인적 자원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를 열변하시던 그의 말과 눈빛에서 진정한 대학에서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나는 냉담해질 준비를 해야 한다. 남은 학기 동안 어리고 여린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할 따뜻한 취재원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교수님의 마지막 한 마디는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 “나도 정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학생 기자 일 하느라 수고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