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주엔 노벨 학술상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낭보는 없었다. 수상자 맞히기로 유명한 Thomson Reuters가 한국인 수상을 예측하면서 한껏 기대를 모았던 화학부문마저 무산돼 씁쓸했다. 2010년 물리학 수상자 명단에서 안타깝게 빠졌던 김필립 교수의 기억까지 겹쳐 아쉬움이 더했다.
이웃 일본은 올해 3명이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 벌써 19명이나 학술부문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 자위대 출신 간부가 "일본이 얼마나 뛰어난 나라인가. 한국이나 중국엔 한 명의 수상자도 없다”고 우쭐대도 반박이 여의치 않다. 학계에 몸담은 필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3D 프린팅, 무인 자동차, 드론, 감정 로봇, 내비게이션 등 혁신 아이콘들은 수십 년 축적된 연구의 산물이다. 최빈국이던 우리가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역량을 갖추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과학계 역량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R&D 투자금액 5위, GDP 대비 R&D 투자비율 1위, GDP 대비 R&D 정부예산 2위, 인구 만 명당 연구원 수 4위 등 여건이 나아지면서, 특허 출원 세계 4위, SCI 논문 10위 등 대부분 지표들이 꾸준히 그리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머지않아 우리도 10월의 노벨주간을 뿌듯하게 맞이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양적인 발전에 비해 차원을 뛰어넘는 파괴적인 성과는 아직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선발주자와 격차는 좁혀졌지만, 여전히 추격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정부와 출연연구기관 중심의 R&D정책, 칸막이 연구, 잘못된 평가제도, 단기 실적주의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지만, 대학이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필자를 포함해 아직도 일방통행에 가까운 강의 위주 교육 방식부터 학생들의 창의와 문제해결능력을 북돋울 수 있도록 더 과감하게 바꿔야 하겠다. 뷔페처럼 나열된 전문지식의 숙지 정도로 학점이 판가름되는 시험을 잘 치르고, 스승에 순종하며 그저 그런 논문을 양산하는 학생 배출에 안주해선 안 되겠다. 힘이 들더라도 확산 추세인 이른바‘뒤집힌 학습(flipped learning)’을 적극 시도해야 하겠다. 이는 동영상이나 준비된 교재로 학생들이 강의를 미리 소화한 뒤에, 수업은 주로 문답ㆍ토론ㆍ연기ㆍ실험실습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기업에 몸담고 있거나 재직했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도 이런 실사구시 교육의 유용성을 뒷받침한다.
차츰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표절에 둔감한 풍토도 문제다. 아이디어를 베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면, 치열한 고민을 거친 창의와 혁신이 움트기 어렵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표절 검색엔진 개발 등 나름 열심히 노력해왔고 성과도 상당히 거두었다.
그러나 학부생들의 경우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가 제공하는 논문들을 짜깁기해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례가 흔하다. 특히 학사논문의 태반은 기존 연구물들의 모자이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생에게까지 굳이 학위논문 제출을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요즘은 석사논문조차 폐지한 대학도 적지 않다. 지키기 어렵고 또 대다수가 지키지도 않는 낡은 규정은 괜스레 학생들의 죄의식을 키우고 기회주의 처신을 유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