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고려대 총학생회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대학을 기업화하면서 대학의 본질을 해친다는 이유로 ‘대학순위평가 반대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대학평가 반대운동은 고려대에 그치지 않고 연세대, 국민대 등 여러 대학들이 가세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매체에서 국내 대학 평가에 대한 방법과 평가가 미치는 파장에 대한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해외 유명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빈도와 그 논문이 인용된 횟수가 대학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되다보니, 교수들이 외국학계의 관심사와 시각에 초점을 맞추게 돼 사회과학의 선진국 종속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연세대 모교수의 칼럼은 눈여겨 볼만하다. 비학술기관인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개별 언론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함께, 평가 순위가 꾸준히 상승해 온 특정 대학에 대한 편애를 의심하는 한신대 모교수의 칼럼 또한 귀를 기울이게 한다. 한편으로는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올해 대학순위에서 성균관대를 제외한 국내 유수 대학이 일제히 뒷걸음쳤고 중국보다 뒤쳐진 것에 대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어느 경제신문의 사설도 눈에 띈다.
교수들의 지적이 부분적으로 편견이 곁들여진 것일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평가 결과가 발표될 경우 그 영향력과 파급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으로서는 대학 평가기관들의 평가가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근대 대학의 형태를 갖춘 역사가 서양의 대학에 비해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는 원칙론과 현실론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성적 척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세계적인 대학평가 기관의 평가결과를 인용하자면, “THE”가 발표한 올해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성균관대 등 네 개 대학만이 200위권 안에 들었다. 300위권에 2개 대학, 400위권에 3개 대학이 더 있을 뿐이다. 영어권대학, 이공계열이 “THE”의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터키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대학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준다. 이것도 대학평가의 현실적 파급 효과에 대응해서 우리 대학들이 수년 동안 부단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치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해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갖춰야할 프레임을 구축하는데 해외 기관의 대학 평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국내 대학의 평가가 가지는 긍정적 역할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계 oo위, 국내 xx위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순위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대학평가를 위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대학이 장기적으로 취할 자세는 아니다. 정부 당국도 대학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함몰되지 않도록 거시적인 대학교육 정책을 기획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며 논문의 피인용율 등의 세세한 관리까지 관장하려 하는 모습은 한 나라의 중앙행정부처인지, 교육기관의 경영컨설팅 회사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평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지금, 대학평가의 부정적인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과 정부 당국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 특히 상업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언론사 평가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신속한 대안 마련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학 평가의 목적이 달라져야 함을 분명하게 표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목표는 자유롭고 수준 높은 연구를 지향하고 다양한 전공의 인격체 완성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 있는 세계 일류 대학들이 오늘날 그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평가를 위해 대학을 운영해서가 아니라 대학 본연의 목표에 충실했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