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간’ 홍성재 대표 인터뷰

기자명 송윤재 기자 (songyoonjae92@skkuw.com)

‘000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대를 졸업할 당시는 실험적 작품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안전한 그림이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에 한계를 느꼈고, 기업과 미술관이 협업한 예술 프로그램에 발을 디뎠다. 바로 창신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 주는 ‘예술 더하기’ 프로그램이다. 예술 교육을 하면서 지역의 고민을 만났다. 그러나 가르쳐주고 집에 가는 정도에선 ‘카더라 통신’ 이상이 될 수가 없더라. 지역 재생을 위해 함께 소통할 ‘공간’의 필요성을 직시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곳이 ‘000간’이다. ‘000’은 앞으로 채워갈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간’은 참여하다는 의미를 표방한다.

000간’이 지향하는 소외지역의 재생 방향은 어떤 것인가.
우리나라엔 전반적으로 쇠락하고 있는 지역이 많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쇠락한 산업과의 접점을 찾아 소외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첫 시작이 창신동 봉제 공장이다. 처음 공장을 방문했을 때 마치 친구들의 작업실을 방문한 것 같은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하청이 대부분인 이곳은 예술과는 달리 반복 생산 이상의, 봉제업 자체만의 ‘특별함’이 없다. 여기서 착안해 만약 예술적 디자인과 기존의 생산 방식을 합쳐 ‘봉제 공장만의 특별함’을 살린다면, 굉장한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생각했다.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안. 바로 ‘개별 브랜딩’으로 각 봉제공장들이 해왔던 전문 분야를 좀 더 매력적이고 새롭게 특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곳은 야상을, 어떤 곳은 스커트를 말이다.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 대해 듣고 싶다.
창신동 주민과 봉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떠나지 않고, 그래서 지역의 문화가 변질되지 않는 것이 ‘지역재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 정주민들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재생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와 파트너를 맺고 ‘H-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좀 더 세부적인 특화 방안을 마련했다.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는 봉제 공장에 간판을 달아 그들만의 특성을 강조한다. 마을 산책 프로그램인 ‘도시의 산책자’는 이러한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거리의 가구들’은 비탈길이 많은 동네에서 편히 쉴 수 있는 평상을 설치한다. 그간 ‘000간’이 꿈꿔왔던 가치들이 한데 모여 있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000간’을 대표하는 ‘제로 웨이스트 셔츠’에 대해 알려 달라.
옷을 만들 때, 처음부터 버려지는 자투리가 많다고 생각했다. 셔츠를 예로 들면, 제작 단계부터 10-15%가 버려진다. 원단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디자인부터 하기 때문이다. 주머니 하나를 만들더라도 원단의 크기에 맞춰 다자인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만들기부터 한다. 창신동 역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이 굉장히 많았다. 고민 끝에 큰 천 하나를 전부 활용한 옷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자투리가 줄어들었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른 산업에서도 자투리를 남기자 말자는 정신과 자투리를 줄이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롱 라이프’ 디자인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다.

예술단체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다. 두 성격이 상충되지는 않나.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우리 같은 예술가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문화생산자다. 그러나 개인으로 활동하기엔 지속성의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콘텐츠만으로 예술가 개인이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기본적으로 잘 짜인 구조를 지닌 집단이기에 수익의 측면 외에도 지속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종합해보면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우선 콘텐츠가 필요한데, 문화생산자인 예술가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마케팅과 경영을 가미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리 기업들과는 구분이 있다. ‘000간’의 경우 수익을 배분할 때 최대한 봉제 공장에 돌아가는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제로웨이스트’의 경우 절반씩 분배했는데,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할 것이 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거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물건을 사게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만의 특별함을 강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사회적 기업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