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 ⓒ김광석 슈퍼콘서트 영상 캡쳐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 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한숨을 내쉰다. ...중략...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 시장에서 구두를 사는 사람.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 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 김광석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삼풍백화점 5층에서 심각한 붕괴의 조짐이 감지됐다. 운영진은 영업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1천여 명에 이르는 손님과 직원들이 백화점 내에 있었다. 그러던 오후 5시 52분. 딱 20초였다.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건물은 사라졌고, 남은 건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숫자뿐이었다. 20초라는 짧은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결과였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7시. 가수 김광석은 자신의 고별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조용한 곡을 연이어 부르던 그가, 콘서트 도중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상식화되어가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더군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대요. 일찍 오신 분들은 모르시죠. 900명이 깔렸다고...”
 그는 담담하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제 아내도 오늘 이곳에 들렀는데, 사고 두 시간 반 전에 나왔다고 하네요.”라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불렀다. 그리고 6개월 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고 이날은 그의 마지막 콘서트가 됐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삼풍백화점 붕괴의 데자뷰라는 얘기가 나온다. 각각 배에서, 그리고 건물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두 사건 모두 결국 ‘인재’로 빚어진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뒤의 대처에서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실망만을 안겨 줬다는 점도 같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 김광석은 실종자들이 무사하기를 관객들과 함께 기원하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그의 음성은 아직도 남아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사건은 터졌고, 모두가 슬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애도가 ‘어떠한 행동’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정할 수 없다. 음악은 몇백 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했고 그 안에는 우리네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그 누구도 음악가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에 있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공연이 취소되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