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배공민 기자 (rhdals234@skkuw.com)

 

        ▲ 강수진 성우가 성우 업계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강수진 성우는 88년 KBS 21기 공채 성우로 시작해 25년 넘게 활동해 온 베테랑 성우다. △외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방가방가 햄토리’의 아따아따 △‘원피스’의 루피 △‘이누야샤’의 이누야샤 등 긴 성우 생활만큼 굵직굵직한 목소리를 맡아왔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인상의 강 성우. 그의 평소 목소리는 기자가 어릴적 듣던 코난의 남도일이였다.
현 성우업계는 강 성우가 일을 시작한 80년대보다 열악해졌다. 과거보다 TV 채널이 다양해짐에 따라 외화의 수는 80년대보다 훨씬 늘었으나 더빙양은 오히려 줄었다. 더빙에 대한 수요는 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줄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시장이 생겨나며 외화 더빙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위험해지면서 제작비 절감이 방송사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기술의 발달도 성우가 외면받은 또 다른 요인이다. 컴퓨터 자막기의 개발로 더빙을 쓰는 것보다 자막을 입히는 것이 몇 배는 더 저렴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작자는 더빙보다 자막을 선호하게 됐고, 차츰 원화로 보는 것에 익숙해진 대중은 더빙을 어색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성우 업계의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사 공채로 선발된 성우는 2년 활동 후 의무적으로 프리랜서로 전환된다. “지금의 공채 구조는 방송사만 유익한 구조고, 전체 성우 시장은 악화시키는 나쁜 관행이라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과거 방송국 전속기간은 선발된 성우를 최소 3년 이상 트레이닝 시켜 완전한 전문인을 만들어 시장으로 배출시키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선발은 축소되고, 지망생은 누적돼 방송 데뷔 시기가 늦춰진다. 오랜 연습기간 이후 방송국에 들어간 성우는 이미 트레이닝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된다. 강 성우는 “프로들이 그저 싼 출연료로 2년간 쓰이다가 방출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개선 방향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적어도 성우의 양성, 선발과 교육은 성우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해요.” 
 그렇다면 성우업계 내에서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강 성우는 성우 자체의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우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이다. 그래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소극적이고 피동적이었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저변을 넓히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성우라는 직업과 성우 자신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해요.” 실제로 강 성우를 비롯해 끼 있는 성우들이 연극과 방송계에서 활동 중이다. 성우의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업계 전반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제작자와 관련 정책도 시청자서비스, 우리말 보호 차원에서 개선돼야 한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최근 KBS에서 방영한 외화 ‘셜록’을 꼽을 수 있다. 음성다중 기능으로 더빙과 원어를 모두 제공해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준다. “원어로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어린이나 노인에겐 더빙이 더 적합할 수 있어요. 모든 외화를 원어로 제공하기보다는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해요.”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성우 지망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강 성우는 좁은 프로의 관문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꿈은 크게 갖되 각오는 단단히, 그리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라.” 배우는 기다림의 직업이다. 내가 선택하는 직업이 아닌 선택받는 직업이기에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긴 기다림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실력은 갈고닦고 마음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