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아래 기사들은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검색한번으로 찾은 기사제목 또는 내용들이다.
‘경기불황으로 청년 취업률이 최악’
(2013.03.09. 서울신문)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을 기록했던 작년’
(2012.11.30일. 한국일보)
‘대졸자 정규직 취업률 사상 `최악'’
(2009.09.20. 연합뉴스)
‘대부분의 대학이 사상 최악의 취업률을 기록’
(1998.03.01. 연합뉴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직을 못한 청년 백수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기사들이다. 검색내용을 약간만 달리하면 ‘최악의 대졸 취업난’은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기사들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들은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관행적으로 쓰는 표현일지는 몰라도 취업을 눈앞에 둔 당사자들에게는 ‘공포’의 기사들인 셈이다. ‘사상 최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 ‘역사’의 기준점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사상 최악’이라는 단어에는 ‘지금까지도 좋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더 나빠져서 희망이 없게 됐다’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런 기사를 보는 우리 학생들의 느낌은 어떨까? 맨날 보는 유형의 기사라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자세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강심장이라 한들 이런 유형의 기사를 보고 태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률’은 왜 되풀이 되는 것일까?  
 원래 과장이 심한 한국의 방송과 신문들이지만 유독 경제 관련기사를 쓰는데 있어서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97년 IMF 위기를 사전에 경고하지 못했다는 원죄 때문이다. 그 이후 한국경제는 늘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맴돌고 있다. 그야말로 ‘자라보고 놀란 토끼,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조그마한 경제적 불안요소에도 한국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와 ‘~위기설’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른다. TV뉴스를 통한 ‘경제위기’는 더욱 시청자들을 참담하게 만든다. 길게 늘어서 있는 빈 택시, 점심시간에도 텅빈 식당들을 비추며 금방이라도 한국경제는 파산할 것처럼 위협적인 멘트를 날린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 한다면’이라는 예측불허의 미래를 바탕으로 최악의 가정을 한다.
 같은 맥락으로 대졸 취업률도 늘 최악의 가정 하에서 기사를 쓴다. 기껏 몇 개 대학, 몇 개 학과의 취업률을 표본 삼아 ‘최악의 취업률’로 부풀린다. 진짜 대졸 취업률을 조사하려면 전국 대학의 전 졸업생들의 취업 상황을 몇 년간 추적 조사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 해도 취업률에 잡히지 않는 직종들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취업률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건과 최근의 유로존(euro zone) 위기 이후 우리 언론들은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몰락할 것처럼 ‘최악의 위기’라고 경고했건만 최근 몇 년간의 한국경제는 그래도 세계에서 모범이라 할 정도로 건실한 성장을 유지해왔다. 대학 취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상 최악의 취업률’이라하지만 스스로 실력을 쌓은 인재는 기업에서 알아보고 쓰게 마련이다. 단 1명을 뽑는데 수 천 명이 지원을 했다하더라도 그 1명이 나밖에 더 있겠냐는 배짱과 자부심이 필요하다. 물론 단 한번 지원에 취업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떨어진다 하더라도 ‘나 같은 인재를 몰라보는 기업’이 문제라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도 필요하다. 취업전선에 나서는 인재들은 이미 충분히 입사에 필요한 역량을 쌓아왔으니 말이다.      
‘사상 최악의 대졸 취업난’은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해마다 되풀이 될 것이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앞으로 안 닥칠수도 있는 미래의 가상 상황을 바탕으로 끔찍한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TV뉴스 시청률이 높아지고 신문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심’ 유발 뉴스에 여러분들은 속지 말아야한다.

▲ 류희림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