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진 마음을 갖고(仁), 올바르게 행동하고(義), 타인을 존중하고 반듯하게 처신하며(禮), 사리를 깨치는(智) 것. 이 중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이 4가지 덕목 모두를 몸에 익혀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인재를 길러 내겠다니, 우리 학교는 정말 엄청난 학교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효를 다하는 것이 어질게 행하는 기반이 된다 했다.(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논어 학이편) 바꿔 말하면 부모께 성심성의로 예를 다하는 것이 세상을 어질게 하는 기본이라 한 것이다. 그만큼 예의를 갖춰 부모를 존중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고, 이를 잘하는 것은 세상의 어떤 어려운 일도 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부모에게 예를 갖출 줄 안다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공경할 줄 알고, 타인을 대함에 소홀함이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추론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는데, 이는 집안에서 잘하면 집 바깥에서도 잘하게 될 것임을 말하는 역설적 표현이 아니겠는가. 공자의 말씀을 빌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해가 갈수록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예의가 메말라 가는 사회가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말을 접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 안에서 젊은 여성이 연세가 지긋한 노인에게 막말을 해대는 동영상을 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의 없는 세상을 탓했다. 예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자신을 잘 돌아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학교가 인의예지를 몸에 익힐 것을 가르치고, 이를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그 중 ‘예’의 실천은 4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필자는 강의시간 학생들을 대할 때면 가장 먼저 인사말부터 했다. 제법 여러 명의 학생이 내 인사에 대응해 ‘안녕하세요’로 되받아 주곤 했다. 올해 들어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내가 먼저 인사하면 그제서야 인사를 되돌려 주기보다 학생들이 먼저 인사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요청 아닌 바람을 표명했다. 이는 우리 학교의 교시를 가장 쉬운 데서 몸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 균형 잡힌 인재(성균인)가 되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다음 강의시간부터 우리 학생들은 필자가 강의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안녕하세요’ 하고 내게 먼저 인사를 한다. 그에 반응해 필자는 강의하는 목소리에 힘이 더 들어가고 열의가 넘치게 됨을 온 몸으로 느낀다. 예의는 상호 존중을 낳게 되고, 상호 존중을 통해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하게 됨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만이 아니라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도 그만큼 더 겸손해지며 자신에게 충실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마디 인사에서 시작되는 상호관계는 훨씬 큰 신뢰를 낳게 되며,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는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기 전에 타인의 생각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고 믿고 싶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취업문이 좁아진 만큼 젊은 지성 모두가 자기 자신의 경쟁력 향상에 여념이 없다. 우리 학생들도 예외가 아닐 터지만, 성균인들은 그에 더해 멋진 이상을 키워나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진 세상, 의로운 사회, 사리에 맞는 공동체를 꿈꾸는 이상의 실현도 자신을 갈고 닦는 데서 시작할 터이고, 그 출발점은 예를 갖추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데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 성재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