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사회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하나. 노동자가 숨 쉬는 세상.
화단이 설치됐다. 4년 전 쌍용자동차에서 2646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된 후 4년 간 24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죽었다. 중구청은 분향소가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했다. 24명의 죽음이 철거됐고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이 흙 속에 파묻혔다. '국정조사'를 실시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밝히겠다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봄날의 벚꽃 마냥 흩어졌다. 자본과 정권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민들을 숨 쉴 수 없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둘. 차별 없이 숨 쉬는 세상.
차별금지법.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이라는 헌법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성별·나이·용모·지역·학력·혼인상태·종교·정치적 성향·가치관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함.' 인간은 평등하며 누구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리가 짓밟혔다. 마치 나치 독일이 유태인과 집시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들로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보수종교인과 그들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성소수자들을 '악마'로 만들었다. 동성애가 조장되고 소금과 고모라처럼 '심판' 받을 것이라는 그들의 외침은 '네 원수도 사랑하라'던 예수의 말을 십자가에 못박아 박제했다. 그들은 동성애자가 사람들을 숨 쉴 수 없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셋. 우리 함께 숨 쉬는 세상.
"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 얼마 전 사망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은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를 이끈, 소위 '대처리즘'의 창시자인 그녀는 오로지 개인이 필사의 노력으로 살아남을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요구받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니' 조금 더 노력할 것을, 필사적으로 살아갈 것을. 끝없이 치솟는 등록금과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의 문. 그 속에서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달려야했다. 함께 살자는 외침은 '빨갱이'라며 비난당했다. 그들은 연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사회를 혼란케 하고 사람들을 숨 쉴 수 없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123주년 메이데이.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외쳤던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수많은 청년학생들이 실천단을 만들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단순히 청소년과 학생들을 포괄하는 메이데이 실천단 공기에 참여했다. 4월 한 달 간 쌍용차 문화제,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청소년 동성애자 육우당 추모제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 우리는 4월 30일 경희대에 모였다. 그리고 430청년학생문화제 '이후를 묻는다'에서 우리는 '직접, 또 함께 준비한' 여러 공연들과 연극을 통해 박근혜 정권 이후 계속된 죽음들의 이유와 이후를 물었다.
우리는 물었다. 정말 우리를 숨 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죽음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투쟁과 분향소?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는 동성애자들의 외침? 혹은 함께 살자고 외쳤던 너, 나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숨 쉴 수 없게 만드는가. 그게 아니라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차이'를 '차별'로 만들고 연대가 아니라 이기심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우리를 숨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그 답은 이미 내려져 있었는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지옥 같은 사회의 '이후'를 묻지 않았을 뿐. 나는 이 번 430메이데이 실천단과 문화제 참여 여부를 불문하고 이 글을 읽을 우리 대학 학생들이 묻길 바란다. 지금의 내 삶은 과연 행복한지. 그 '이후'의 삶은 어떠할 것인지. 아마 저들이 말하듯 장미빛 미래가 펼쳐지진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모여서 진짜 삶과 연대를 이야기했다. 내년 430문화제 에서는 '진짜 내 삶'을 살고자 하는, 그리고 함께 살고자 하는 더 많은 성균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준희(사회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