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중문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제가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노문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3월, 대성로를 뒤덮은 새내기 모집 자보를 통해서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해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제게 노문연의 자보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곧장 동방을 찾아갔고 새내기들을 위한 ‘틀 깨기 세미나’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었고 직접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알고 싶어서, 동아리 선배?동기들이 소위 말하는 ‘진보적인 지식인’ 같아서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은 점점 내 삶에서 큰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무엇보다도 극복해야 했던 점은 ‘노동’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동아리에 속한 저 자신도 ‘우리는 학생인데 왜 굳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둬야 할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노동문제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됐던 것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고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연민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노동자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나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학생이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취업 준비를 해야 하고 또 사회에 나가 노동을 해야 하는 ‘예비 노동자’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당장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학교를 청소하시는 청소 노동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 강사 등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변엔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나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학우는 이름 때문인지 ‘정말 노동 문제만 연구하나?’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연구소 아냐?’라는 생각을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의 신자유주의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여성, 빈곤, 장애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교양과 세미나를 진행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앎’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에는 총선을 맞아 각 정당의 정책들을 살펴보고 우리들의 의견을 담은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5월 1일의 메이데이(노동절)의 역사와 의미들을 살펴보면서 학내?외로 노동 문제를 알리는 자보를 쓰고 피케팅과 서명운동을 진행했었습니다. 대동제 때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분들과 연대주점을 열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주점에서 얻은 수익을 노동자분들께 전달했습니다. 연대주점이 처음에는 생소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과 노동자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름 방학 때는 4박 5일 동안 ‘반(反) 빈곤 연대 활동’을 했습니다. 빈활을 통해 직접 학교를 청소해보며 청소노동자분들의 노동환경이 어떠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 문제, 화려한 도심의 그늘에 가려진 쪽방촌과 홈리스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11월에는 ‘전태일 열사 추모제’를 열어 2012년인 지금 왜 1970년의 이야기를 꺼내고 이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리고자 했습니다. 동아리 원들은 각자 글을 쓰거나 촌극을 하는 것을 통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노동 문제들을 환기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했습니다.
1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며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었지만 화가 나고 힘든 적도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곁에서 서로를 지탱해주고 존중해주는 동기와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또 우리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여러 학우와 시민이 있었습니다.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저의 대학생활, 아니 저의 삶을 변화시킨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며 다양한 고민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 이혜리(중문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