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잉집장(잉여+편집장)은 자기만의 존재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바라는 인생은 다수가 생각하는 행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잡지 <월간잉여>의 잉집장인 최서윤(26)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1인 잡지를 창간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믿음직한 그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가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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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 기자(이하 이) : ‘잉여’라는 독특한 소재로 잡지를 만드셨습니다. <월간잉여>는 어떤 잡지인가요?
최서윤 편집장(이하 최) :  제목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사회에서 잉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입니다. 지난 2월에 창간해서 11월 호까지 총 여덟 번 발행됐는데요. <월간잉여>는 현재 교양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제 잡지에는 잉여스러운 이야기와 웃긴 ‘짤방’이 많습니다. 제게 글을 투고해주시는 분들은 모두 ‘잉여력’ 이 넘치기 때문에 지루한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전문성을 띤 글들도 많이 있어요. ‘북한의 잉여: 광명성 3호’는 일본 외신 기자님께서 기고해 주신 글이었고 ‘500만 원 바친 전직 다단계업자의 고백(상)’은 다단계 판매를 직접 경험하신 분이 보내주셨어요. 이렇듯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지요. 이런 전문적인 내용 때문에 ‘교양지’로 분류된 것 같습니다.
이번 <월간잉여>의 11월 호 잡지 표지이다. / 성대신문

이 : 그럼 잉집장님은 왜 <월간잉여>를 만들게 되셨나요?
최 :
사실 전 2년 동안 언론고시를 준비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또 제 목소리를 다른 이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언론인의 특징이 퍽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언론고시에 합격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좀 “욱!”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놔, 내가 언론사 만들고 만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감정적인 요소가 <월간잉여>를 만드는데 일조했죠.
그런데 제가 굳이 잉여를 소재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잉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회자되기를 바랐어요. 수치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발전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실치 않아요. 삶의 질이 높아지는 지도 미지수이고요.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무한 경쟁을 만드는 풍조도 잉여를 만드는 데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회에 잉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가방 끈이 길고 나름 대학에서 대외 활동도 많이 한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죠. 저는 그런 상황이 개인의 잘못보다는 앞서 말한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이 ‘내 탓만이 아니라는 인식’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어요.

이 : 그런 잉여들을 위해 잉집장님은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최 :
사람마다 잘하는 부분이 다 다르잖아요? 저는 참신한 표현, 아름다운 문장,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유려한 표현은 그다지 잘 쓰지 못해요. 전 지금 이 시대에 통용되고 소비되는, 직설적인 말이 더 익숙해요. 그래서 제가 잘 하는 부분을 살려서 글을 쓰고 싶어요. 이런 제 글이 우리 잉여들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으면 전 만족합니다.

이 : <월간잉여>를 보면 잉집장님 글 말고도 사람들의 기고 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어떤 글을 기고해 주시길 바라세요?
최 :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은 글이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쓴 글이 읽기에도 편하고 그런 글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6월호에 실린 ‘잉여들이 노는 법’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 글에는 재미있게 노는 법들이 많아요. 숨 참는 방법이나 스톱워치를 이용해 놀기 등 같은 잉여인으로서 관심 가는 내용이 많았어요.

이 : <월간잉여>는 그렇게 잉집장님의 글과 사람들의 삶으로 채워지는군요. 지금 <월간잉여>는 1인 잡지입니다.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재정적인 부분도 궁금하고요.
최 :
아주 커다란 어려움은 없어요. 1인 잡지다 보니까 기고자와 연락도 혼자서 해야 하고 인터넷에 업로드, 편집 작업 그리고 인쇄 및 배포 작업 모두 제가 해야 하니까 몸이 힘들죠. 하지만 기고 글도 꽤 들어오고 있고 잉여력 넘치는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힘이 나기도 하고요.
동업하자는 분도 계셨어요. 어느 노인 분이었는데, 초기에 재정적인 부분이 취약할 때 광고를 알아봐주신다고 하셨어요. 근데 전 거절했죠. 돈 때문에 동업을 하기 시작하면 <월간잉여>가 잉여들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구독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종이가 될 것 같았어요. 물론 그 분은 그 당시 어려운 제 경제 사정을 생각해 제안하셨겠지만 전 좀 찜찜했나봐요.

300잉 클럽 광고 사진이다. / 성대신문

재정적인 부분은 일단 1월 호까지는 무난하게 발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월간잉여>를 후원하는 ‘300잉’이라는 제가 만든 클럽이 있는데 지금 회원이 110명이나 모였어요. 요즘 제가 외부로 출강해서 강의료도 받고 있고 300잉 말고 다른 경로로 기부금이 들어오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는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거주비 걱정이 없다는 부분이 다행이에요.
이런 것과 별개로 부모님께 참 감사드려요. 이런 돈 안 되는 일을 하면 반대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으신데 저희 부모님께서는 크게 뭐라고 하신 적이 없거든요. 처음에는 <월간잉여>를 발간하는 것에 대해 언짢아하시는 느낌이 들었는데 최근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긴걸 아셨는지 별 말씀 없으세요. 이 부분에서 정말 감사하죠.

이 : 1인 잡지이면서도 발행이 잘 되고 있는걸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최 :
딱히 없네요. 대학생이란 거대 집단에 뭐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요. 하지만 개인 하나하나에게는 묻고 싶은 건 있어요. 예를 들면, 등록금은 잘 해결하셨나요? 해외 연수는 가실 계획이에요? 앞으로 어떤 직업을 하고 싶어요? 그냥 개인적인 걸 묻고 싶네요.

그녀와 대화를 마친 뒤에 받은 인상은 ‘솔직함’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무언가 있어보이는 말들을 어영부영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개개인의 삶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그녀는 집단화된 대학생들에게 할 말은 없단다. 대학생들이 관심 있게 생각하는 등록금이나 해외연수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는 그녀가 인상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