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기자명 최하영 기자 (chy7900@skkuw.com)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은 모두 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이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각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청년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 지원 금액·기간 점차 늘려가야
지자체 주도의 청년정책 마련이 우선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은 어떤 취지에서 시작된 정책인가.
청년들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시작됐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 모두 단순히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자리를 직접 공급하거나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밥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울시 청년수당은 상대적으로 ‘청년들의 구직 활동 촉진’이라는 목표가 뚜렷하다. 따라서 그 대상이 모든 청년이 아니라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청년들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 성남시 청년배당은 만 19~24세의 모든 청년에게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띤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먼저 청년수당은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보다 많은 비용을 지원할 수 있어 효율성이 크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고, 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억지로 조건을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청년배당은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많은 금액을 지원할 수 없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의 지원 금액과 기간은 적당한가.
현재 지급하는 금액과 그 기간이 적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제한된 예산으로 청년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액과 기간을 점차 확대하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치적·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년정책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인가.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은 청년들의 취업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청년 취업률이 급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보다 나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금전 문제로 창업을 망설였던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여 그들이 진짜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정부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수당, 청년배당과 같은 청년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일부 지역과 성남시의 19~24세 청년들의 투표율이 높아졌다. 물론 그 직접적인 원인이 청년정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청년정책이 시행된 이후에 청년들이 ‘정치인을 잘 뽑아야 좋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 정부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 청년 복지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청년만을 위한 복지 정책이 부당하다는 비판도 있다.
여태껏 우리나라는 노인과 아동을 위한 복지 정책에만 집중하고 청년에게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학생 때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졸업 후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공부나 취업에 전념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면제받고 생활비를 지원받는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국가의 발전은 노인이 아니라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런 청년들을 위한 복지 정책은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마땅한 것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는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도덕적 해이’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구직 활동에 의한 스트레스로 맥주를 한 잔 마셨다면 그것이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나.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구직 활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생활하며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함이 목적이다. 물론 도박장이나 유흥 업체에서의 과한 지출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적합한 용도로 수당을 사용하는 청년들이 적을뿐더러 이러한 이유로 청년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다.

각 지자체의 개별적인 청년정책 마련이 우선인가, 아니면 국가 주도적인 정책 마련이 우선인가.
먼저 각 지자체가 다양한 형태의 청년정책을 비교해보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도입해서 시행해야 한다. 아직 중앙정부는 청년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국가는 각 지자체가 청년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 주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주도의 청년정책 마련은 그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최근 국가가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청년수당을 확대하는 등 청년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다. 취업성공패키지 정책과 같이 질 낮은 일자리로의 취업이나 짧은 근속기간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단순히 구직 활동을 위한 수당 지급을 넘어서 청년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복지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청년들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