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김응교 교수

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김응교 교수 제공

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데, 윤동주 문학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20년 전엔 윤동주를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만들어진 우상, 과잉 평가된 시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다 보니, 윤동주는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메시지를 쉽게 전달한 시인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는 메시지는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8포세대라고 불리는 등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작가’ 윤동주에게 영감을 받기도 하는가.
좋은 작가는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되고 싶게 만든다. 내게는 윤동주의 작품이 글을 쓰도록 하는 자극제가 된다. 한 편의 시가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해석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 가운데 ‘눈 감고 가라’라는 시가 있다. “밤이 어두웠는데 / 눈 감고 가거라. / 가진 바 씨앗을 / 뿌리면서 가거라.”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어두운 밤의 공포 속에서도 자신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그것을 타인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사상가 괴테는 “좋은 시란, 한 편의 시가 여러 독자들에게 다양하게 읽히는 시”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시가 그렇다. 혹자에겐 아름다운 언어로 짜인 동시처럼, 또 다른 이에겐 철학이나 인생론처럼 들리기도 한다. 시 한 편이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윤동주가 내게 주는 문학적 자극이다.

김 교수의 저서 『처럼』
ⓒ김응교 교수 제공

윤동주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동주의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잔혹한 낙관주의’를 노래한다.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중심을 권력이나 자본으로 정하지 않고, 상처받은 곳에 두고자 했다. 윤동주는 고통받는 영혼들의 마음을 글로 담아내며 이를 대신 말해주는 존재였다. 관념을 담아내는 언어가 아니라, 명확한 실천을 다짐해내는 시를 썼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윤동주의 문학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쉽게 읽었으면 좋겠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동시부터 시작해 사상적 깊이가 심화된 산문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길 권한다. 작품을 읽는 것이 두렵다면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동주’를 먼저 감상해도 좋다. 이 영화가 청년 동주의 삶과 정서를 세밀하게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길 바란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전화 한 통 건네고, 어려운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강연을 들었던 학생들과 매년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다음해 1월 17일에도 연탄 봉사가 예정돼 있다. 윤동주의 작품은 독자의 게으른 마음을 툭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의 고통을 나누는 순간 개인이 행복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윤동주의 메시지를 독자들이 삶 속에서 실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