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가영 기자 (lvlygy@skkuw.com)

20세기를 대표하는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며, 언어를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언어 연구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또한, 언어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식의 공유와 축적이 언어를 통해 가능했고, 인류의 발전은 여기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폭넓은 이해는 언어 연구를 통해 가능하다.


이론언어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언어는 △문법 △음성 △의미로 구성된다. 이론언어학의 연구 분야는 △문법론 △음성학 및 음운체계론 △의미론으로 나뉜다. 문법구조를 밝히는 문법론은 단어와 단어가 모여 문장을 구성하는 일정한 규칙과 원리에 대해 연구한다. 음성학은 자음과 모음의 말소리 등을 연구한다. 말뜻을 연구하는 의미론은 단어와 문장의 의미 관계를 연구한다. 이들은 모두 언어의 내적 체계와 언어 자체에 집중한 연구 분야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고 언어의 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언어학의 연구 분야가 이론언어학에서 다루던 언어 내적 체계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우리 학교 김유성(소프트) 교수는 “현대에는 인간 사회의 범위가 도시와 국가를 넘어서 사이버 세계로 확대됐다”며 언어의 개념이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자연어뿐만 아니라 컴퓨터와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인공어를 포함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언어학에서는 인공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과 언어학 간의 연관성을 증명하고 다양화된 언어의 개념을 포괄하는 ‘응용언어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생겨났다.

변화하는 사회, 발맞추는 응용언어학
응용언어학은 언어학 이론이 다른 인접 학문 분야와 접목돼 실용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모든 학문 분야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 영어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했지만, 점차 그 분야가 확장돼 학문 간의 융합적인 연구를 포함하게 됐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조태린 교수는 “응용언어학은 이론언어학에서 논의된 언어의 △구조 △체계 △형식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언어 사용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응용언어학은 △사회언어학 △언어교육학 △컴퓨터언어학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찾아 해결하려는 움직임에서 발전했다. 이론언어학이 이론적 테두리 안에서 언어적 문제 해결에 전념한다는 점에서 폐쇄적인 반면, 응용언어학은 그 해결 과정에서 언어학 이외 학문과 접촉한다는 점에서 개방성을 가진다. 이처럼 응용언어학은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으며, 연구 분야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다양한 학문과 융합해 현실 문제 해결
장애인을 위한 특수 언어, 언어학의 새 지평

모두를 위한 언어를 향해
응용언어학은 학문 자체의 실용성을 바탕으로 △사회언어학 △컴퓨터언어학 △특수언어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사회언어학에서는 기존 언어학의 음운체계론 연구를 바탕으로 발음의 변화와 그 사회적 원인에 대해 탐구한다. 컴퓨터언어학에서는 기존 언어학의 음성학에서 연구된 인간 음성의 특징을 토대로 음성인식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다.

언어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에서도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 언어가 연구돼야 하는 이유다. 국립국어원 특수언어진흥과 최혜원 과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의사소통 조건을 제공받아야 한다”라며 특수언어가 그 조건이라고 말했다. 특수언어는 수어와 점자로 구성돼 있으며, 특수언어에 대한 연구는 이론언어학의 문법 체계를 토대로 자체적인 체제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 교수는 “응용언어학은 이론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학문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언어의 형태는 응용언어학을 통해 연구된다”며 응용언어학 연구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