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가영 기자 (lvlygy@skkuw.com)

1인 가구 증가, 공유경제 활성화에 따라 대중화
‘과잉’ ‘잉여’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

새로운 트렌드, ‘비우기’
‘비우기’ 그리고 ‘단순해지기’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물건을 정리하고, 단순하고 가벼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미니멀 라이프 신조를 따른다. 이러한 신조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일본의 단샤리(だんしゃり), 미국의 킨포크(Kinfolk), 덴마크의 휘게(Hygge) 등은 모두 미니멀 라이프와 유사한 것으로, 각 나라에서 큰 열풍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미니멀한 삶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지진이 발생한 위기의 순간에서 쓸모없는 물건은 방해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젠간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 더미’에서 벗어나 지금 꼭 필요한 물건만을 남기기를 선택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 관련 카페 중 최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의 운영자 황윤정 씨는 미니멀 라이프를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사는 삶”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미니멀 라이프는 주거지에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만 최소한으로 두고 살아가는 생활양식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도록 권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여 관련 서적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오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업체도 생겼다. 이러한 생활 방식 변화의 배경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되고 있다.

과잉의 시대에 맞서다
인제대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는 미니멀 라이프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은 친환경주의자들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유만을 주장하는 금욕주의 철학을 인생의 가치관으로 설정한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소비는 필연적으로 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소비가 ‘착한 소비’라고 보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많은 물건을 가지고, 소비하는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가족·친구와의 추억과 같은 경험적인 요소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현대인의 주거 형태와 연계되어 본격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배 교수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원룸과 같은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켰다”며 작은 집에 사는 이들에게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가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블로그나 카페의 게시물을 살펴보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미니멀 라이프는 작은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또한 미니멀 라이프는 ‘타임 푸어(Time Poor)’인 현대인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일상에 치이는 현대인들에게 집이란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그러한 공간을 불필요한 소품들로 채워 정리와 청소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한 마디로 ‘사서 고생’이라는 것이다. 그는 “물건을 제거함으로써 현대인은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여가활동에 보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공유경제의 활성화도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나 드레스와 같이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물건은 대여 업체를 통해 손쉽게 빌릴 수 있어, 이를 모두 직접 구입해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쏘카와 같은 셰어링 업체의 발달로 대여 과정이 간단하고 편리해진 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공간을 넘어선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과잉’을 제거하는 데 있다. 과잉을 제거한다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잉여’를 비우는 것을 말한다. 과잉의 대상, 즉 잉여에는 물건 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SNS 계정도 포함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결심한 사람들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 가운데 실제 왕래하는 사람들만을 남기고 삭제한다거나, SNS 계정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한다. 카페‘미니멀 라이프’ 운영자 황 씨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로 SNS 속에 만연하는 보여주기식 글에서 초월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황 씨에 따르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게 되면 삶의 중심이 ‘가지지 못한 것’에서 벗어나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는 “원하는 것은 손에 얻으면 지나가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는 끊임없는 소유 욕구라는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미니멀 라이프 카페의 많은 이용자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되찾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