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제영 수의사

기자명 최하영 기자 (chy7900@skkuw.com)

“인간이 힘이 있는 존재라고 해서 동물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해요.” 미국 텍사스주의 Dallas World Aquarium에서 2년간 근무하고 얼마 전 한국으로 귀국한 오제영 수의사를 만났다. 동물은 ‘생명’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우리나라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미국의 동물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수의학, 특히 야생동물 의학은 외국이 더 발전한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예방의학에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다. 시스템이나 사회제도도 우리나라에 비해 잘 마련돼 있고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무엇보다 단순히 상업적 목적이 아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많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수의학과 동물복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하고 이상적인 동물원이라 평가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가게 됐다.

2년간 근무했던 Dallas World Aquarium에 대해 소개해 달라.
Dallas World Aquarium은 대도심 한 가운데에 만들어진 수족관이자 동물원이다. 좁은 대도심 가운데에 있는 건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수직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관람객들이 건물을 천천히 올라가면서 관람하는 구조이다. 건물 안의 동물원이라는 점이 의아할 수 있지만, 건물 자체가 굉장히 넓고 각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예를 들어 새의 경우는 공간이 1층부터 꼭대기까지 트여있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또 원숭이들은 케이지가 아닌 호수 안에 만들어진 원숭이 섬에서 지낸다. 이외에도 540종이 넘는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Dallas World Aquarium은 ‘몰입 전시’를 도입해 유명하다. 몰입 전시란 무엇인가.
몰입 전시란 쉽게 말해 동물들이 최대한 그들의 본래 생태적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 전시 방법이다. 이러한 전시 형태는 사람이 진짜 자연, 야생에 들어와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사람만을 위한 전시가 아닌 동물을 생각하는 전시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공간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동물이 쉽게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온도는 동물들이 살기 적합한 중남미 기후로 맞춰져 있고, 끊임없이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처럼 온도, 습도, 냄새, 소리 등이 자연생태와 비슷하게 제공되어 사람들이 ‘내가 자연에 왔구나’ ‘이 동물은 이런 환경에 사는 사는구나’를 느낄 수 있다.

Dallas World Aquarium에서 기린들이 거닐고 있다.
ⓒ오제영 수의사 제공
‘몰입 전시’로 사람과 동물 모두 윈윈
 전시동물의 숨을 권리 인정해야

몰입 전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동물이 가능한 원래 있던 환경과 유사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가 최대한 배려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몰입 전시라고 생각한다. 몰입 전시는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더 동물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러한 전시 방법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자연에 와있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사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앞에서 몰입 전시로 인해 동물들을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Dallas World Aquarium에서는 사육사를 동물원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관람객들이 지나가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고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사람들은 진정한 야생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정상’인지 알게 된다.

Dallas World Aquarium이 몰입 전시와 같이 동물을 존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미국은 동물원과 동물권에 관한 법률이 많이 제정돼 있고, 우리나라 동물원이 겪고 있는 재정난과 같은 문제가 드물다. 사회적 인식의 차이인 것 같은데, 미국 사람들은 동물원에 기부를 굉장히 많이 한다. 무엇보다 동물원의 입장료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그 돈을 내서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익이 있다 보니 동물원이 잘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많은 동물원은 AZA(미국수족관동물원협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자체적인 제도를 더하여 인증을 한 차례 더 거치도록 했다. 인증을 받는 필수조건 중 하나는 동물이 아플 때나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시동물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도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덜하기 때문에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내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동물원은 아직까지 ‘보여주기’에 치중하고 있어 동물들을 타일 바닥, 유리 벽 안에 넣어놓고 사방에서 다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상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동물들에게 있어 큰 스트레스다. Dallas World Aquarium은 동물 전시실 이외의 공간이 넓고 잘 조성돼 있어 동물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재규어의 전시 공간 뒤에 지하와 지상으로 연결되는 넓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어 재규어들이 사람들 눈에 띄었다가도 자유롭게 숨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활방식과 습성을 생각하는 동물원이 바람직한 동물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