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려인종합지원센터 홍인화 상임이사

기자명 박수진 기자 (sallysjpark@skkuw.com)

*광주광역시 고려인종합지원센터 홍인화 상임이사는 현재 광주시 거주 고려인들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돕고 있다. 최근 ‘광주 고려인 동포의 현황 및 대책’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고려인들의 문제를 알리는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서 고려인 4세들이 겪는 문제의 개선 방향과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들어봤다.

ⓒ홍인화 상임이사 제공
고려인 4세 실태 파악도 제대로 돼있지 않아
한국어 교육과 같은 언어적 지원도 시급해

한국 사회가 고려인 4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고려인들은 155년 전 일제 강점기 시절 연해주로 이주해 살았다. 그러다 80년 전 구소련 스탈린의 정책에 의해 일본의 첩자라는 모함을 받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그동안 연해주에서 가까스로 터전을 다졌던 고려인은 다시금 열악하고 척박한 환경에 놓였으며 추위와 풍토병으로 많은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죽었다.

고려인은 명백한 우리 동포다. 이들은 안중근, 홍범도, 최재형, 김경천을 비롯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당시 수천 명의 고려인은 항일 운동에 참여했고 항일운동 참가자들에게 식량과 의복, 주둔지 등 군사 물자들을 제공하며 국가의 독립에 힘썼다. 그렇기에 우리 동포인 고려인을 돕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특히 대다수 고려인 4세들은 어릴 때부터 한국 사회와 문화 속에서 자라 왔기에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포용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고려인 4세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인 조치는.
현재 정부는 부모님과 함께 국내에 체류 중인 성인이 되는 고려인 4세에게 방문동거비자(F-1)를 한시적으로 발급하는 조치를 시행한 상태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고려인 동포들에게 출입국과 체류, 그리고 노동의 자유를 부여해주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이번 국회에서 발의한 고려인정착지원법, 고려인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협조하여 비자 취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귀환법을 제정하고, 거주국 자유 왕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고려인들에게 동포의 권리를 부여하고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고려인 4세의 비자 문제를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정부 단체(NGO)가 서로 협력하여 고려인이 우리 동포임을 알리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등 사회 구성원들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정착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한국어 및 기초생활 교육을 시행해 지역주민 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비정부 단체에서도 근로 및 법률 상담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인권 보호와 근로 및 생활 복지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덧붙여 고려인도 적극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한국을 알아가는 등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비자 문제 외에도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 4세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현재 고려인 4세들은 한국어 교육이 시급하다. 이들은 오랫동안 중앙아시아에 거주했고 구소련 동화정책의 영향을 받아 한국어 구사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하지만 고려인 4세들은 외국인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재외동포비자(F-4) 취득 여부와 관계없이 보육 및 교육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이 낮고 열악한 고용 환경의 일자리에 취직하는 등 사회 및 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가 고려인 4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나.
고려인 4세들은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아 이 땅에 들어온다. 하지만 정작 할아버지의 나라는 고려인을 알지 못하고 국내 체류 고려인들에 대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다. 고려인들의 국적이 저마다 다르고 국가에서도 그만큼 다양한 체류자격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동포의 개념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고려인들이 우리와 한 민족임을 기억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고려인 4세들이 직면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정착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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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고려인종합지원센터=광주에 위치한 고려인 지원 센터로 고려인 마을을 중심으로 고려인마을주민지원센터, 고려인마을지역아동센터, 쉼터 등을 운영하며 광주시 거주 고려인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