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주 기자 (ssbx@skkuw.com)

탈모 인구 1000만 시대, 20대도 탈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머리’, ‘빡빡이’라며 우스갯거리가 되기 쉬워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체불명의 약초부터 다양한 마사지까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만연한 현실. 검증된 치료방법은 무엇일까? 신체적,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해보았다. 단국대 박병철 의학과 교수와 원형탈모 환우회 주현재 회장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탈모 환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탈모환자는 2015년에 20만 8534명, 2016년에는 21만 2916명으로 그 수가 매년 5% 정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탈모환자의 43.5%는 20~30대였으며, 2012년보다 20대 탈모환자가 7.5%나 증가했다. 미디어 여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조사를 보면 25~45세 사이 남성 801명 중 탈모를 겪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전에 처음 탈모를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탈모는 더 이상 나이 든 사람들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탈모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탈모환자, 타인의 시선 가장 견디기 힘들어
결혼, 면접 등에서 마이너스 요소… 머리카락도 스펙

많은 사람들이 ‘탈모는 곧 유전이다’라고 알고 있지만 유전의 영향만으로 탈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단국대 의학과 박병철 교수는 탈모 원인의 70% 정도가 유전이며, 그 외에는 식습관, 생활환경,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즉, 탈모 DNA가 탈모 가능성을 담고 있는 씨앗이라면 환경적인 요인은 그 씨앗이 탈모로 자라나도록 하는 토양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 탈모환자 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있다. 먼저 서구화된 식습관은 탈모에 영향을 미친다. 박 교수는 기름기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탈모를 촉진한다고 말한다.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름기가 적고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제철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흡연도 탈모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심장기능 악화는 혈액순환장애를 가져와 두피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공급을 저해해 머리카락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 담배의 주성분인 타르는 혈관과 모낭, 모근 세포를 파괴하며, 니코틴은 면역력을 악화시켜 탈모를 유발한다. 탈모가 진행 중인 흡연자라면 서둘러 금연을 하고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20대 탈모가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청년들의 각종 취업관련 스트레스를 꼽는다. 스트레스에 의한 혈액순환장애는 흡연과 마찬가지로 두피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로 탈모가 진행된 후에도 탈모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또다시 스트레스를 낳고 결국 탈모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모발 의학회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려면 전문적인 탈모치료와 더불어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탈모 환자들은 휑하게 드러난 머리를 보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욱 두려워한다. 20대 이상 탈모 남성 2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선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탈모 때문에 받는 최대 스트레스가 무엇이냐’는 질문(복수 응답)에 ‘조롱·연민·비웃음 등 남들의 시선’(277명)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신감·자존감 저하 등 심리적 위축’(206명)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외모’(44명)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는 탈모에 대한 편견이 심하지만 서구 사회에는 남성형 탈모를 ‘지적인 이미지’, ‘리더로서의 면모’ 등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방송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전 미국 대표 타일러 라쉬는 방송에서 “여태까지 나는 탈모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탈모를 약점이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금기시한다.”라고 말했다. 타일러 본인도 탈모지만 미국에서는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탈모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 때문에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 스트레스가 심화될 경우, 탈모는 △대인기피 △불안감 △*신체 이형 장애 △자신감 상실 △*탈모광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탈모에 대한 불만이 자기 몸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모발이식 전문가들은 탈모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며 환자들의 심리적 고충을 강조했다. 탈모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일상 속에도 깊게 침투해있다. 대한 피부과 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모환자의 63.3%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41%는 이성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가장 기본적인 대인관계에서도 탈모는 장애요소가 된다. 탈모환자들이 느끼는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연애, 취업, 결혼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마케팅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여성 응답자 중 ‘소개팅 자리에서 탈모 남성을 꺼린다’라고 답한 비율은 89%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탈모환자들의 연애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한 탈모환자는 탈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정보업체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다. 면접에서도 이력서의 사진과 다르게 탈모가 진행되었다고 지적을 받은 후 값비싼 돈을 들여 모발이식 수술을 감행한 사례가 있다. 머리카락마저 스펙이 되는 현실에서 탈모환자들이 탈모 때문에 연애, 취업,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기사 도우미

◇신체 이형 장애=실제로는 외모에 결점이 없거나 사소한 것임에도,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질병.
◇탈모광증=자기의 머리카락을 스스로 뽑아 버리는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