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별(29) MBC PD

기자명 김아영 기자 (kay8949@skkuw.com)

29세, 청년, 미혼, 여성, 부모님의 반대… 최별(29) MBC  PD는 결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 사회의 청년이다. MBC 스페셜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연출하며 직접 결혼준비를 체험해 본 그에게서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 박형정 기자 hj01465@

MBC 스페셜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결혼을 주제로 했던 여러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주체는 청년이 아니더라고요. 전문가가 나와서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말하는데, 청년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았어요. 그 이후, 외주제작사에서 근무할 때 2015년 SBS에서 방영된 ‘결혼의 조건’이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어요. 당시에는 ‘작은 결혼식’에 초점을 맞춰 돈이 없어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돌이켜보니 근본적인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기획해서 청년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했죠. 흔히 기성세대는 청년세대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에 대해 다루고자 했어요.

많은 청년들을 인터뷰했을 것 같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

제가 인터뷰했던 청년들은 다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심리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국, 청년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돈’ 때문이더라고요. 현재 우리 사회에는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고, 취업해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또한 경제력, 주거, 양육 등 청년들이 결혼하기까지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우리는 결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형화된 하나의 형태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결혼 형태는 대체로 전통적인 가족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고정된 성 역할을 수행하며 사는 거예요. 그러나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지, 어떤 논의를 했는지 등에 따라 결혼의 형태는 충분히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하기 싫어하는 청년들의 경우 ‘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전통적인 결혼제도 아래에서 희생하는 것이 두려워서 결혼을 주저했어요. 누군가를 만나서 같이 사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죠. 전통적인 결혼관에 갇혀서 결혼을 바라보고 있다면 생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어요. 청년들은 결혼에 대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놓고 고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MBC 스페셜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의 한 장면.
ⓒ MBC 방송 캡처

정부와 사회적 차원에서 변화되었으면 하는 점은.

청년세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원하는 결혼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요. 아이를 낳지 않는 커플, 동거하는 커플처럼 두 사람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원하는 결혼 형태는 다 달라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해서 출산하는 부부만을 정상적인 결혼으로 인정해왔죠.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부합하는 결혼의 모습이 사회가 청년에게 바라는 결혼의 모습과 다르기에 계속해서 결혼을 회피하는 거예요. 만약 다양한 결혼의 형태를 사회에서 모두 인정해준다면 청년들의 결혼과 관련된 고민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해요.

본인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결혼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부모님께서 남자친구와의 교제를 탐탁지 않아 하세요. 남자친구가 고졸 출신의 에어컨 설치기사이기 때문이죠. 부모님은 저와 비슷한 학벌과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세요. 이 문제에서 부모님과 저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결혼은 제가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PD로서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은 제 직업을 존중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거든요. 부모님의 가치관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고민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전통적 가치관에 따른 결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동거를 진지하게 고민한 시기도 있었죠. 그런 와중에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와 결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어졌어요. 남자친구와 논의한 결과, 제가 일을 하고 남자친구가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는 방향으로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