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

기자명 김수현 차장 (skrtn1122@skkuw.com)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마주하는 이가 있다. ‘혼자 죽은 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다. 그는 삶의 현장과 죽음의 현장을 수시로 넘나든다.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며 온갖 악취와 이물질로 가득한 현장에 성큼 발을 들여놓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품정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 장례지도사 직업에 관심이 있었다. 정보를 찾다 보니 ‘유품정리’라는 일이 눈에 들어오더라. 1인 가구가 늘고, 고령 인구가 늘고, 결국 ‘혼자 죽는 이’도 늘고 있다. 혼자 살다 보니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치된 시체에서 흘러나온 악취와 이물질은 아무나 정리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

유품정리는 왜 필요한가.
△교수 △기자 △일용직 노동자 △무직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현장을 정리했다. 생전 직업은 상관없다.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이더라. 혼자 죽고 난 뒤의 모습 역시 다 비슷했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만 그들의 흔적이 정리된다. 죽은 이를 위해서도 남겨진 유가족, 집주인, 다음 입주자 등 산 사람을 위해서도 그 현장은 꼼꼼히 정리돼야 한다.

수많은 현장을 정리해왔다. 혼자 죽는 이들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혼자 죽는 사람’으로 독거노인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는 40, 50대의 현장이 제일 많다. 65세 이상 노인은 구청에서 관리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복지 체계가 구축돼있는 편이다. 40, 50대는 사각지대다. 가정이 붕괴됐거나, 알코올 중독, 재정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보통 혼자 살지 않나. 40, 50대의 경우, 이런 분들이 혼자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많다. 20, 30대의 경우 자살로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돈 △우울증 △인간관계 △취업 등으로 생을 스스로 끝내거나 지병을 얻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남성의 자살 현장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책장에는 공무원 시험서적이 꽂혀있더라. 사기를 당해 목숨을 끊은 30대 남성도 있었다.

한국유품정리사협회도 설립했다. 비영리 단체를 설립한 이유는.
관공서에서 협력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보통 무연고사망자의 현장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이다. 처음에는 스위퍼스 회사명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영리 업체보다는 사회적인 단체로서 도움을 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다. 다른 몇몇 업체에 연락해 ‘한국유품정리사협회’를 설립했다. 현재도 관공서에서 꾸준히 협력 요청이 들어온다. 무보수로 또는 최소한의 비용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무조건 협조할 생각이다.

유품정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어려웠던 점은.
협회가 아닌 법인을 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서울시청 △여성가족부 △환경부 어떤 관공서에서도 허가해주지 않더라. 실제로 유품정리에 관련된 규정이 없고, 사회적으로 이 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역시 형성돼있지 않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차 관심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와 경찰청 등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앞으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일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언론 인터뷰 요청에 최대한 응하는 편이다. 관심을 두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지 않나. 사람들에게 먼저 이러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자문하러 온 학생들도 다 만난다. 영화학과 학생들에게는 실제로 현장 정리 때 사용하는 장비를 빌려줬다.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관련 웹툰을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어떤 형태로든 대중들이 이 일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죽음은 비교적 먼 얘기일 것이다.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우선, 죽음을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품정리는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 또한 개인적으로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살아가라고 전하고 싶다.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며 느낀 것이다. 남들이 가는 길을 마냥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길에 도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