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빠삐용의 키친’ 박주헌 셰프

기자명 유은진 기자 (qwertys@skkuw.com)

 

곤충이라는 식재료에 대한 도전 정신에서 시작해 직업까지 ‘곤충 레스토랑 셰프’가 된 사람이 있다.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곤충요리를 내놓으면서 꼼꼼한 설명을 곁들인다는 박주헌 셰프.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서둘러 가방에서 곤충단백질 쿠키를 꺼내 건네며 “곤충으로 이런 것을 만든다”고 설명을 얹어 주는 그에게 곤충으로 요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원래 호텔셰프였는데 일을 그만두고 이 곳에서 곤충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직업 자체를 바꿔버린 건 아니다. 곤충을 먹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곤충요리가 새로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 그런데 요리가 뜻대로 되지 않자 승부욕이 발동했다. 곤충을 이해했으니 웬만한 요리는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곤충 가루를 사용해 보니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음식만 만들어졌다. 음식의 성질을 알 수가 없어 내가 원하는 맛도 모양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오기로 노력하다보니 점점 뜻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식당이름이 빠삐용의 키친인 이유는.
빠삐용은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식당이자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그것을 의미하는 말로 나비를 선택했다.

초창기에 식당 테이블이 단 하나뿐이었던 이유는.
설명이 필요해서였다. 우리가 30초 안에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익숙한 음식들을 내놓는다면 테이블이 여러 개 있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곤충요리는 먹기 전에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곤충이 어떻게 가공돼서 요리에 쓰이는지, 손님들이 질문을 더 많이 한다. 예약제로 운영한 것도 이처럼 질문을 받고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설명을 건너뛰고 곤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만 말하고 끝내면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요리를 자세히 설명하면 손님들의 의식이 바뀐다.

곤충요리를 맛본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틀렸다. 모르고 온 손님도 많았다. 친구가 아무 설명 없이 “밥을 사 주겠다”면 의심 않고 따라가지 않나. 그렇게 속아서 왔다가 곤충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라는 손님도 여럿 봤다. 그러나 결국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곤충으로 만들었지만 손님이 좋아하는 요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님이 당근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보라. 당근을 미트볼이나 햄버그스테이크 속에 잘 다져서 숨겨 넣으면 먹을 수 있지 않나. 이와 같다. 싫고 거부감이 느껴지던 음식도 형태를 달리하고 좋아하는 음식에 섞으면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눈으로 봐서는 요리에 곤충이 사용됐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곤충을 드러나지 않게 조리하는 것인가.
그렇다. 굳이 거부감 느껴지는 형태를 살리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각 재료에 최적화된 형태를 만들고자 한다. 살아 있는 곤충은 부피가 커 많이 쓸 수 없으므로 갈아서 부피를 비약적으로 줄인다. 또, 곤충에서 단백질만 추출해서 요리 재료로 쓰기도 한다. 곤충을 그대로 갈아서 쓰면 꺼끌꺼끌하고 맛이 텁텁한데, 추출해서 쓰면 그런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곤충메뉴를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조리 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곤충이 미지의 생명체 같았다. 처음 곤충 분말로 만들었던 반죽은 삶고 볶으니 모양이 남지 않고 다 부서져 버렸다. 인터넷에도 없는 조리법을 내가 새로이 만들어내야 하니, 성공할 때까지 도전을 거듭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또, 동시에 맛있어야 한다. 현재는 메뉴를 개발하면서 무엇보다 기호성에 중점을 둔다.

곤충요리가 대중화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꾸준한 개발과 거부감 줄이기가 관건이다. 굳이 거부감이 느껴지는 본래 형태 그대로의 곤충을 먹이려고 하기보다는, 곤충의 특성만 살려서 분말을 쓰는 등 형태를 숨기는 것이 좋다. 그렇게 알 듯 모르게 먹다 보면 곤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