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인공 팔 연구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상록 박사

기자명 이호성 차장 (doevery@skkuw.com)

팔이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의수를 비롯하여 기본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인공 팔이 개발됐지만 아직 장애인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손은 인간에게 있어 그 어떤 신체 기관보다 정교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오상록 박사는 생각대로 움직이는 인공 팔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각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2014년부터 인공 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오상록 박사 연구팀의 최종목표는 세세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인공 팔이다. 오상록 박사를 만나 인공 팔의 작동 원리와 연구 의의, 앞으로의 적용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상록 박사팀이 연구하고 있는 인공 팔의 연구개요.

인공 팔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로봇을 연구하는 공학자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로봇을 어떤 형태로 개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심부름을 해주는 로봇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로봇을 통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로봇 다리를 붙여주거나 전쟁으로 팔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인공 팔을 달아주는 것. 이런 것도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부합한다. 그래서 의수나 의족 같은 형태의 인공 팔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공 팔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우선 사람 몸에 인공 팔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사람이 팔을 움직일 때 나오는 뇌파를 측정하여 이를 인공 팔에 전달하는 방법이나, 팔 근육의 신호를 측정하여 인공 팔에 전달하는 방식 등이다. 우리 연구팀은 이와 다르게 뇌에서 전달되는 신경 신호를 읽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읽어 낸 신호를 이용하여 인공 팔을 움직이고자 했다. 사람이 생각을 하게 되면 뇌에서의 생각이 신경 신호로 변환되어 신경을 따라 근육까지 전달되는데, 근육에 전달되기 전 중간지점에 전극을 연결하여 신호를 읽고 해석하여 로봇 팔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기존의 연결 방식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은 뇌에서 생각하는 대로 인공 팔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 아직 어렵기 때문에 연구 초기 단계다. 근육의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은 팔 바깥에 근육 센서를 붙이면 되기 때문에 특별한 수술이 없다는 점에서 간단하고 좋다. 하지만 근육의 신호를 일일이 잡아내기가 어려워 세세한 움직임에는 제한이 있다. 두 방법과 비교했을 때, 신경 신호를 읽는 방법은 보다 세세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신경 신호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운동 신호와 감각 신호를 동시에 전달하는 궁극적인 인공 팔의 형태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공 팔이 말초신경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인공 팔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온도와 촉감에 대한 신호를 측정하여 역으로 뇌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현재 연구의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단계이다. 신경 신호를 읽기 위한 다양한 조건들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신경 신호에 대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경 다발 속의 수많은 신경섬유를 골라내어 전극을 연결하고 신경 신호를 읽어야 한다. 전극을 통해 신호가 전달되면 이게 무슨 신호인지 해석하는 해석기도 필요하다. 전극을 통해 전달되는 미세한 신호를 잡기 위해 증폭할 수 있는 컴퓨터의 종류도 결정해야 하고 신호를 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구상해야 한다. 다방면의 연구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인터페이스를 탑재할 인공 팔을 디자인하고 인공 팔을 작동하기 위한 모터를 개발하고 피부형 센서 및 근육형 구동기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현재 이와 같은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는 다방면의 연구를 시스템적으로 통합해나갈 것이다.

연구의 의의 및 적용방향은.

연구가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인공 다리, 입는 로봇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공 팔을 구현하는 데 적용된 원천 기술 또한 각종 의료·재활·수술 로봇에 적용될 수 있고 뇌 질환과 같은 의료분야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