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차장 (ddloves@skkuw.com)

 

우리의 일상은 무수한 색채에 휩싸여 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머리 위에 드리워지는 푸른 하늘, 새하얀 뭉게구름. 눈길을 돌리면 싹을 틔우기 시작한 초록색 새싹과 그것을 감싸는 갈색의 흙이 보인다. 자연을 눈에 담고 길을 걷다 보니 깜빡이는 신호등의 초록색 불빛에 서둘러 뛰게 된다. 버스 안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옷 색깔은 다채롭다. 이처럼 등교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수많은 색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물질은 각각의 고유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않든 우리의 일상은 컬러 영화 속 장면들이다.

스쳐 지나가는 색채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분이 나쁘다가도 좋아하는 색을 보면 위안을 받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상태에서 싫어하는 색을 보면 기분이 불쾌해지기도 한다. 색은 직관적인 의미나 느낌을 전달하며 이는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색이 가진 메시지를 치료의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다.

컬러테라피는 ‘컬러’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치료와 의학에 활용하는 요법이다. 이는 심리뿐만 아니라 신체 활동이나 질병 치료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컬러가 내 몸을 바꾼다』의 저자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 김선현 교수에 따르면 지구 상의 모든 색채와 물질에는 고유의 파장이 존재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색채를 적절히 선택, 활용하면 인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색이 가진 강력한 힘은 사회적으로도 활용된다. 2013년부터 스위스 교도소들은 과격한 수감자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명 ‘쿨 다운 핑크 프로젝트’(Cool down Pink Project)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30개 이상의 수용실을 분홍색 페인트로 칠하는 방식으로 현지 심리 전문가들은 분홍색으로 단장한 교도소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런던 템스 강에 있는 블랙프라이어스 브리지(Black Friars Bridge)는 투신자살이 자주 일어났던 장소였다. 그러나 검은색이었던 다리를 녹색으로 칠한 뒤부터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3분의 1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역시 색채를 사회적으로 활용하여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서울시 내 27개 초·중·고교에 컬러테라피 이론을 도입한 컬러컨설팅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된 사업은 회색빛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다양한 색채를 덧바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해당 학교 학생들의 스트레스 수치는 평균 20.7%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색은 일상 속에 파고들어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색채의 특성과 효능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색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불안한 미래와 복잡한 사회생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색채가 가진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달라진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컬러테라피의 방식은 매우 간단하며 다양하다. 벽지나 침구의 색을 바꾸거나 의류와 소품 등의 색을 바꿔 기분을 전환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색이나 그림을 가까이 두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는 방법도 있다. 사소한 낙서일지라도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것도 평온한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처럼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주변의 색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색이 가진 의미와 에너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색을 볼 수 있는 한 일생은 끊임없는 컬러 영화의 연속이다.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주위를 한 번만 둘러봐도 당신의 주변은 어떠한 색으로 채워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색이 당신에게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